2020년 2월 16일-백수 47일째-
27살에 신용카드를 처음 써 보았다.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하며 몇 개월 할부로 구입하고 싶은 큼지막한 물건들이 생기면서, 그리고 맛있고 값 나가는 것을 한 번에 돈 내는 게 버거워지면서 신용카드를 쓰기 시작한 것 같다. 락 페스티벌 2일권을 결제를 할 때 신용카드로 몇 개월 할부로 표를 끊었다. 라섹 수술을 하며 몇 개월 할부로 카드를 썼다. 노트북이 오래되어 새 것으로 바꿀 때 신용카드를 썼다. 언제부터인가 모아둔 돈보다 써야 할 지출이 커져서 신용카드 사용을 빈번히 쓰게 되었다.
백수의 삶을 살면서 생각해보니 굳이 신용카드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 이제는 습관처럼 결제를 할 때 카드를 내민다. 안 사도 그만인 것들, 당장 먹지도 못할 것들을 쌓아두며 카드를 많이도 긁었다. 그러다가 이제 한계치에 다다랐다. 한 달 치 생활비를 쓰려고 준비해둔 돈을 카드값 내는 데 다 지출해버리고 한 달 치 쓸 금액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지출을 줄여야 할 때이다. 당장 보이는 신용카드 2개를 지갑에서 꺼냈다. 그리고 사물함에 넣었다. 혹시라도 병원을 가게 될 때 큰 돈을 쓰게 될지도 모르니까 만약에 상황을 대비해서 카드를 아예 없애는 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백수라서 나중에 카드를 다시 만든다고 하더라도 은행에서 과정이 복잡해지리라고 보았다. 내친김에 카드를 반으로 잘라서 버리는 것 보다는 잘 열어보지 않는 서랍행을 택했다.
그리고 지갑에 체크카드 하나만 넣었다. 체크카드로 빠져나가는 금액도 3만원만 넣어두었다. 굳이 돈을 많이 쓸 일도 없고 금액을 많이 넣어두면 흐지부지 쓸 것 같아서 나만의 작정을 한 것이다. 현금도 1만원권 두 장정도만 지갑에 넣어둘 예정이다. 당장은 힘들거다. 신용카드만 쓰다가 있는 돈에서 아껴쓰려고 하니 좀 버거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제 현실을 돌아볼때이다. 신용카드가 필요할 때는 온라인으로 책 구입할 때, 반찬과 찌개를 주문할 때, 3개월에 한번 병원갈 때 병원비 등이다. 이외에 지출은 체크카드로 써보기로.
개인적으로 빚지는 걸 유난히 싫어한다. 싫어하는 삶을 살지 않도록. 있는 돈에서만 지출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신용카드 그동안 고마웠다. 이제 체크카드랑 놀아볼게. 흥미로운 카드 놀이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