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인지, 조언인지, 직언인지,

by 양수리 감성돈

2020년 2월 18일-백수 49일째-

얼마전에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가 종영했다. 아는 오빠가 그 드라마 스텝 중 한 명이였다. 이번 드라마 시청률이 높게 나왔으니 잘 된 거 아니냐며 축하한다고 내가 전화로 얘기를 했다. 덧붙여 드라마 잘 되어서 포상휴가 다녀오는 거 아니냐며 부럽다는 식으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이 오빠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학교 다닐 때 새벽까지 나랑 술을 마시던 분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술이 나를 마시는 건지, 내가 술을 마시는건지 모를정도로 고주망태가 된 날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 오빠의 토익 점수가 거의 만점을 받은 걸 알고 엄청나게 배신감을 느꼈다. 이 오빠는 나랑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셔도 아침 7시만 되면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헐...


내 책 2권 나오는 것도 다 읽은 성실한 오빠이다. 오빠와 이런저런 장난스러운 통화를 하다가 진지하게 나한테 말한다.

“은주야, 너도 지금까지 책을 2권 냈는데, 3번째 책은 홈런은 못 쳐도 안타는 쳐야 하는 것 아닐까?”

“글을 쓰다가 네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더라도, 대중이 원하는 쪽으로 돈이 되는 쪽으로 써야 하지 않을까?”

“브런치에서 5만명 조회수를 넘었어도, 그건 돈 주고 읽는 글이 아니잖아. 책을 돈 주고 사라면 구독자분들이 너의 책을 돈을 주고 읽을까?”

날 잘 아는 사람이 하는 얘기라서 흘려 들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 책은 슬프고 슬프단다. 내가 이렇게 슬프니까 내 감정 좀 알아봐주세요.라는 것 같다고 한다. 좀 더 대중적으로 쓸 수 있도록 연습하라고 했다. 어려운 것 안다고. 그래도 계속 써보라고 한다.


또 언제 진지했냐는 듯이 농담을 주고 받는다. 그렇게 30~40분 정도 통화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혼자 무거워진 마음을 갖는다. 대중적인 글이 뭘까? 오빠의 말은 이해되는데 무언가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벽이 가로막혀 있다. 한참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물음표를 가지고 생각에 빠졌다.


오빠와의 전화를 끊고 나서 카톡으로 이것저것 화면을 캡쳐해서 보내준다. 이게 뭐냐고 물어봤더니 글을 쓸 때 참고하라고 최근에 감명 깊게 봤던 단막극이라고 했다. 날 이해해주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른데 이런 오빠는 완급 조절을 잘한다. 차가운 사람 같다가도 츤데레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만다. 오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사회복지를 전공했는데 한 명은 방송국에서 일하고, 한 명은 돌고 돌아 백수가 된 것도 웃기다. 날 위해 해준 말들이기에 진심을 다해 듣는다. 따가운 충고도 아끼지 않고 말해주는 내 사람들이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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