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이 산다

by 양수리 감성돈

2020년 2월 29일-나로 살기 60일째


할머니, 아버지께 매일 저녁 안부 전화를 드린다. 내가 먼저 전화를 걸기보다는 오는 경우가 많다. 밥은 먹었는지, 어디에 있는지 매일 물으면서도 매일 궁금한 그런 것들을 서로 묻는다. 미주알고주알 가족에게 전화가 오면 얘기하기 바쁘다. 내가 먼저 가족들의 안부를 묻기보다는 내 얘기를 하기 더 바쁘다. 그러다가 내 얘기가 끝나면 항상 아버지는 말씀하신다.

“별일 없지?”

“네, 별일 없어요.”


별일 없는 하루를 산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공황장애를 7년 겪으면서 얼마나 많은 별일들이 있었는지, 직장을 다니면서도 얼마나 힘든 나날을 보냈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가족들에게 연락이 오면 본인이 힘든 거 감추고 씩씩한 척 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나는 일거수일투족 다 말하는 편이다. 외동딸이라서 그런건지, 외로움이 많은편인건지 알 수 없지만, 둘 다 일수도 있다.

최근에 달라진 점은 내가 말하기 보다 할머니,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오늘 아픈데 없으신지, 동네 이웃분들이랑 싸우지 않고 잘 지내셨는지 궁금하다. 아버지께서 오늘도 맡은 바 소임을 다 하셨는지, 식사는 배불리 하셨는지 궁금하다. 그런 궁금한 것을 통틀어

“별일 없죠?”


이 한마디에 담는다. 그전과 동일한 시간 통화를 해도 할머니와 아버지 말씀의 비율이 많아졌다. 나는 왜 이제껏 궁금해하지 않았던 걸까. 별일이 있는 날도 있고, 없는 날도 있고. 어쨌든 하루를 공유할 시간이 있다는 것, 상대방이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가족에게만 한정짓지 않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안부를 묻고 싶다.


“별일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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