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6일-나로 살기 66일째
새벽 3~4시쯤 잠들어서 오후 1시 조금 넘어서 잠을 깼다. 백수다보니 알람을 맞춘 적도 없었고 충분히 자고 개운함을 느끼며 일어났다. 굼을 꾸었는데, 하나하나 너무 생생했던 꿈이라 기억이 난다.
꿈에서 나는 작은 책을 팔고 있었다. 나의 동업자는 머리가 하얗게 샌 할머니였다. 우리 가게는 미닫이 문으로 드르륵 열어야 하는 옛날 건물로 책상 하나에 책장 하나, 거기에 둔 책 몇 권이 다였다. 그리고 책방 맞은편에 어느 초등학교 교문이 맞닿아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이 등교, 하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동네 버스를 타고 어디서 장을 본듯하다. 버스를 내리면 바로 초등학교 정문에 세워준다. 정문에서 보이는 학교 풍경을 보니 가운데 운동장이 있고 양 옆으로 꽃밭에 노란 꽃이 폈다. 그리고 조금씩 꽃이 피기 시작하는 무렵이라고 짐작했다. 학교가 끝나고 몇 명의 아이들이 무리지어 우리 책방으로 놀러온다. 책방에는 안방이 하나 있다. 오자마자 가방을 벗어놓고 그곳에 앉아 할머니에게 간식을 달라고 한다. 한두번 간식을 먹어본 솜씨가 아니다. 할머니는 쫀디기를 굽고, 가볍게 국수를 차린다. 칼국수 같기도 하고 수제비 같기도 하고 그릇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왔다.
간식을 먹은 3~4명의 아이들이 방에 둘러 앉아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학교 숙제를 한다. 책상도 없이 방바닥에 드러누워 숙제를 하는 모습이 제법 귀엽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은 할머니와 나에게 인사하고 각자 집으로 간다. 오늘도 책 한 권 못 팔았지만, 아이들이 오고 간 자리에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음에 즐거워한다.
나는 왜 이런 꿈을 꾸었을까. 눈을 감고 꿈을 다시 떠올려보다가. 개학 한 학교도, 무리지어 아이들이 모여있는 모습도, 꽃이 핀 학교도, 모두 현실과 동떨어진 기분을 받았다. 아니면 앞으로 몇 주 후에 일어날 일들을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꿈에선 아무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서로 학생들끼리 몸장난 하며 신나게 뛰어서 책방에 들어와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고 서로의 스킨쉽에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꿈을 꿨다. 오늘은 왠지 이불 속에서 나오기 힘든 하루였다. 그런 따뜻한 기분을 조금 더 꿈꾸고 싶었다. 그런 날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