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5일-나로 살기 65일째(2)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뭐 할 일도 없는데 돈은 왜이리 많이 쓰고, 온 동네방네 신경 다 쓰고 다니고, 만날 사람도 많고 할 말도 많은지 숨이 차다. 요며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만나는 순간은 즐거웠으나, 나 혼자 뭔지 모르게 자꾸 한쪽이 휑했다. 혼자 고민해봤다. 그리고 앞으로 삼 일, 집 밖을 나가지 않기로 했다.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첫 번째 이유, 자꾸 쓸떼없이 돈을 쓴다. 확진자가 많이 나온 지역에 사재기가 벌어지고,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어나는 걸 보고 자꾸 나도 모르게 나가서 뭔가를 사들인다. 온라인 쇼핑하는 주문량도 늘었다. 더는 소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마음이 불안해서 자꾸 뭔가를 사들인다. 그래서 앞으로 3일 정도는 온라인 쇼핑을 멈추고, 밖에 나가서 뭔가를 사오는 행위를 자제하고자 한다.
집 밖을 나가지 않는 두 번째 이유, 자꾸 자영업자 분들 장사하시는데 내가 손님이랍시고 가서 찝쩍거린다. 예를들면 약국, 카페, 떡볶이집, 미용실 등등. 백수이다보니 시간도 많고, 혼자 살아서 집안이 적적하다고 느낀 것일까. 처음에는 이유가 있어서 가게에 갔는데 이제는 괜히 인사드리러 한 번, 차 한 잔 얻어 마시며 수다 떨러 가는 경우도 있다. 너무 민폐이지 않은가. 작은 시골 동네이고, 단골처럼 자주 가는 곳이기는 하나, 그들에게도 쉼이 필요하고 사생활이 필요한데 내가 너무 훼방 놓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남들에게 의지하지 않는 나를 되찾기 위해 집 밖을 나가지 않기로 했다.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세 번째 이유, 조금... 이 상황에 질렸다. 내일부터 진행되는 마스크 5부제,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모습,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사람 사이의 관계, 공기부터 차가워진 분위기, 이 상황에서도 이득을 취하려는 업체들의 모습, 확진자, 자가격리, 능동감시자 라는 단어 모두 질렸다. 며칠간만이라도 조용히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 원래 3월부터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헬스장도 새로 오픈해서 다니려고 했다. 백수에게도 나름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때이니 만큼 모두 미뤄지고 내 행복 또한 미루어졌다. 반복되는 일상, 가끔은 권태로운 하루가 그리워지는 요즘 같은 날들.
아무쪼록 내 정신건강을 위해 백수의 특권을 잘 살려 앞으로 3일, 집 밖을 나가지 않기로 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도 각자의 방식대로 이 시기를 잘 극복하기를 바란다.힘!끙! 핫닷팟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