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0명, 코로나 청정지역에 살다보니...

by 양수리 감성돈

2020년 3월 5일-나로 살기 65일째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경기도 양평이다. 서울이랑 인접한 곳이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일부 양평에 사는 시민들은 양평이 코로나 청정지역이다보니 한 명의 확진자라도 나오는 것을 우려하는 일들이 많다. 어느 사이트에서는 지난주 양평에 거주하는 1명이 코로나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으며, 오후 8시 결과가 나온다는 기사를 알려줬다. 대구에 있는 가족들과 밥을 먹었고, 같이 밥을 먹은 가족들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몇 분 되지 않아 그 한 명의 직장, 어디 사는지, 성별, 모든 게 입소문으로 퍼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국에 대구에 왜 가냐고 정신이 있는거냐고, 몰매 맞는 소리를 해댔다. 오후 8시가 지나서 선별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고, 자가격리 대상만 되었다고 속보를 알려줬다. 그 소리에 다들 또 안심하면서도 불안 섞인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냥... 가족들이랑 밥 먹고 온 것 뿐인데, 딸자식이 부모 걱정되어 뵙고 온 것 뿐인데... 그게 이렇게 질타받아야 하는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월요일, 바람을 쐬러 인근 카페에 갔다. 이 동네에서 살게 된 지 4년 동안 가장 많은 인파를 보았다. 한 카페는 만차라서 차를 세워둘 수 없었고, 다른 한 카페에서 간신히 자리잡고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주말도 아닌데 차가 꽉 막혀서 집에 오는 동안 애를 먹었다. 소문을 들어보니 이 동네가 코로나 청정지역이라고 소문이 나서 수도권에 있는 분들이 갑갑해서 이 곳으로 바람쐬러 놀러 온다는 것이였다. 어차피 관광지이고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이 곳의 어느 온라인 카페에 분위기는 심상치가 않았다. 이 곳이 코로나 청정지역이라는 얘기를 아무데서도 언급하지 말라고 했다. 사람들이 자꾸 이 곳으로 몰려오는 게 불안하다는 입장이였다. 나는 어떤 댓글도 남길 수가 없었다. 지역 이기주의라는 게 이런건가, 생각이 들면서 나 또한 내가 머무는 지역이기에 불안을 숨길 수 없다는 게 한 표였다.


오늘 또 코로나19 관련 동향이 인터넷 기사로 알려졌다. 대구에 파견되어 근무 중 코로나 19 확진판정을 받아 모두의 안타까움을 샀던 OOOO병원 간호사 한분이 경증환자로 분류되어 어제밤 양평군 격리시설로 이송되었다는 얘기였다. 의료봉사로 본인을 희생하다가 감염된 것으로써 안타까운 심정이며 응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읽는데 격려를 해주고 싶었다. 그 다음 글이 나를 의문스럽게 만들었다. 참고로 시군별 확진자 집계는 상황 발생 최초 인지 보건소로 집계되기에 대구시로 확진 집계 되었으며, 현재 우리군 확진자는 없습니다. 라는 내용이였다. 그렇구나. 우리 동네에는 아직 확진자가 없으므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라는 거구나.


나는 지금 상황을 잘 모르겠다. 안심해야 하는 것인지, 그래도 불안을 갖고 조심해야 하는 것인지, 확진자가 없음에 안도해야 하는 것인지, 그러함에도 우려하고 주위를 살펴야 하는 것인지. 그냥 이런 고민 없도록 이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다. 내 이웃, 나와 스치는 많은 사람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날씨는 봄이 오고 있는데 마음은 한층 차가워졌다. 확진자 0명, 코로나 청정지역이라고 안도하기보다는 같은 국민을 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제법 날씨가 쾌청하다. 따뜻한 바람이, 이 곳만 아니라 전국에 불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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