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사이트 SEO Jan 05. 2021

소비자 인사이트

인사이트있는 마케터가 되는 방법!


소비자 인사이트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하기 전에,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해보겠습니다. 2010년, 기업에서 마케터로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15년 차 되던 해였습니다. 그 당시 저는 이동통신 단말기 분야의 브랜드 매니저(BM), 마케팅 전략 담당자의 길을 걷다가 우연한 기회에 LS네트웍스라는 의 류와 신발, 스포츠용품 등을 사업영역으로 보유한 회사의 브랜드전략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 회사의 브랜드전략팀이 담당했던 브랜드는 프로스펙스, 몽벨, 스케쳐스, 잭울프스킨 등을 포함한 여러 B2C 스포츠 및 아웃도어 브랜드들이었습니다. 


그 당시 브랜드전략팀은 조금 특수했습니다. 일반적인 차부장급 직원이 팀장을 맡는 게 아니고, 회사의 대표 두 분 중 브랜드 부문 CEO가 팀장을 겸직하는 독특한 팀이었습니다. 브랜드전략팀장이자 브랜드 부문 대표였던 CEO는 국내 굴지의 그룹 인하우스에이전시(광고대행사) CEO 출신이었고, 그때 전 브랜드전략팀의 차장급 팀원이었습니다. 일정 시즌이 되면 론칭 프로모션과 광고캠페인을 목적으로 브랜드 전략 담당자가 마케팅(광고·프로모션) 담당자에게 브랜드 전략 가이드를 제시하고, 그것을 토대로 마케팅 담당자는 광고를 위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브리프(Brief)를 작성하여 CEO에게 보고하는 프로세스였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매번 ‘인사이트’라는 것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브리프는 통상적으로 광고대행사가 작성합니다. 하지만 AP(Account Planner)가 존재하는 비교적 큰 종합광고대행사의 비중 있는 캠페인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브리프는 솔직히 마케터의 기대보다 미흡했던 경험이 많습니다. 그러니 브랜드 전략 담당에게 마케터가 작성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브리프의 전략 가이드를 먼저 제시하라고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여하튼 대행사가아닌 클라이언트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브리프를 작성하는 것은 LS네트웍스라는 기업만의 독특한 프로세스였습니다.


이때 소비자 인사이트는 브랜드 전략 담당의 전략 가이드에 포함되어야 하는 필수 요소였고, 이후에 그 인사이트가 마케팅 담당자가 작성하는 브리프에 중요하게 담겨서 보고되는 프로세스였습니다. 저는 마케팅 담당이 작성한 마케팅 브리프를 보고하는 날이면 CEO로부터 가장 호되게 질책받는 사람이었습니다. 브랜드 전략 담당의 인사이트가 어설퍼서 마케팅 담당자에게 올바른 가이드를 전달하지 못했고, 그 책임은 마케팅 담당자보다는 그것을 전략적으로 분석하고 발견하는 브랜드 전략 담당에게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땐 참 억울하기도 했습니다만, 2010년 당시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저에게 마케팅 인사이트라는 것은 여전히 모질고 인생의 숙제와 같은 키워드입니다.


소비자 인사이트를 살펴보기 위해 저의 에피소드를 조금 더 이어가보겠습니다. 브랜드 전략 담당자는 마케팅 담당자에게 전략 가이드를 제시하기 전에 몇 가지 프로세스를 거칩니다.


❶ 상품기획에 따라 신제품 개발이 완료되는 상황을 모니터링합니다.

❷ 개발이 완료되기 전, 이른바 3C(Customer, Competitor, Company) 분석을 통해 다양한 시장 상황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전략 방향을 도출합니다. 주기적인 BPI(Brand Performance Index) 조사, U&A(Usage & Attitude) 조사의 결과 분석, 제품과 관련된 다양한 스폿(Spot)성 소비자 정성조사(FGD, In Depth Interview 등) 등이 그 예입니다.

❸ 분석 결과를 토대로 경쟁의 차별성, 시장의 기회요인, 도전목표를 도출합니다.

❹ ‘누구(기회 시장 중 특히 누구, 그리고 왜)’를 상대로 경쟁 차별성의 ‘무엇(What to)’을 ‘어떻게(How to)’ 전달하여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는가 하는 전략 내지는방법론, 이런 마케팅(Campaign 또는 Promotion) 활동을 통해 기대하는 아웃풋과 그것의 효율·효과성을 제시합니다.


마케팅 담당이 마케팅 브리프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사전 가이드를 정리해 봤습니다. 그런데 ❸번 항목인 경쟁의 차별성, 시장의 기회요인 측면에서 바로 소비자로부터 도출되는 마케팅 인사이트가 표현되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가 혼란스러운 지점입니다. ‘인사이트’는 사전적 의미로는 통찰이라고 불리며, 그 해석은 ‘본질을 꿰뚫어봄’ 또는 ‘자신이 처한 상황 또는 자기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능력이나 행위’ 등으로 표현됩니다. 이런 해석으로는 목표한 마케팅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품이 가진 USP 중에 고객에게 가장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거나 고객의 관여가 가장 큰 포인트,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차별적 고객 가치, 시장 기회요인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반전의 전략적 포인트라고 생각

해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소비자 인사이트란 마케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객을 공감시키고 설득할 수있는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 마케팅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공감과 설득을 위한 핵심가치는 여러 요소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니즈, 제품의 USP, 제품이 제공하는 고객 효익, 그리고 고객의 기대가치 등입니다. 그런데 고객의 니즈에서 출발할수록 차별성보다는 보편성과 대중성이 커지게 되고, 고객의 기대가치를 향할수록 제품의 정체성과 차별성이 부각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 말해 고객의 관심을 자극하고 고객의 구매 의향을 두드리려면 제품의 정체성과 차별성이 부각되는 고객 효익 또는 고객 기대가치 쪽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영유아 교육 프로그램 제품 가치 체계 (예시)


위의 그림을 참조로 부연해 보겠습니다.

편하게 육아하고 싶다는 엄마의 욕구는 대부분의 엄마가 갖고 있는 욕구입니다. 그러니 대중성은 높고 차별성은 약하다고 본 것입니다. 엄마의 워라벨은 추출된 고객의 기대 가치입니다. 육아에 지치고 엄마 개인의 시간이 없어져 가는 것에 통찰하여 육아도 워킹(Working)이라는 관점에서 워라벨을 찾아내서 제언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육아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통합발달, 균형 발달과 다른 고객 가치를 제시한다는 관점에서 차별성이 많다고 본 것입니다.


인사이트, 다른 말로 마케팅 스위트스폿은 적어도 위의 예시로 보면 고객 효익 또는 고객 가치의 레벨에서 찾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고객이 이해하고 공감할 힘이 강해지는 부위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사례에서 인사이트를 발굴해 본다면, 일반적으로 육아 또는 영유아 교육 프로그램은 대부분 자녀의 가치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아이의 미래를 책임진다거나, 바르게 성장하게 해 준다거나, 성장의 경쟁력을 만들어 준다거나 등등.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런 영유아 User를 대상으로 하는 효익 제시는 거의 대부분의 카테고리 참여자 들이 모두 다 제시하는 내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우 대중적이고 공감이 가지만 차별성은 매우 부족하죠.


육아에 지친 엄마에게 제공되는 프로그램이 아이의 생활습관 형성을 통해 엄마의 육아를 조기 퇴근 시켜주고 이로 인해 엄마에게 자신만의 시간을 돌려준다는 것, 육아도 워킹(Working)인데 워라벨을 제공한다는 것은 어쩌면 뻔지르르한 말장난 일지도 모르지만 일반적인 영유아 프로그램이 제시하지 못하는 차별적인 메시지 일수 있습니다. 다만 그 제품이 정말 엄마에게 워라벨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 프로그램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제품으로 빅 히트를 칠 것입니다. 마케팅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겠죠.


마케팅 인사이트 사례 연구

Markting Insight Case study


LS네트웍스의 프로스펙스, 그중에서도 프로스펙스 W의 인사이트 발굴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W는 프로스펙스의 워킹(Walking) 라인 제품을 대표하는 라인업 브랜드입니다. 아래 예시글은 저의 블로그 다른 게시글에 있는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LS네트웍스라는 LS그룹의 계열사가 프로스펙스(구, 국제 상사)를 인수한 시절에 프로스펙스는 마치 동네의 스포츠 매장(체육사)처럼 매우 다양한 생활스포츠 용품과 의류를 취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운영되는 제품의 종류(SKU)는 매우 많고 재고관리, 물류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은 증가하는데 막상 매출액과 생산성은 낮은 상황이었습니다. 일단의 대리점주는 적당한 수준에서 수입을 취할 수 있었지만, 장사가 매우 잘 돼서 크게 성공하는 매장이 희소했을 뿐 아니라 프로스펙스 사업 자체는 계속 역성장의 일로에 있었습니다. 동네 체육사처럼 친근하고 상대적으로 비전문적인 소비자의 인식(Perception)을 시급히 바꿔야 했습니다.


프로스펙스는 생존을 위해서, 성장을 위해서 고객 인식상의 포지션을 보다 명확하게 바꿔야 했습니다. 마치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스포츠 전문성과 기능성은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수십 년 역사를 지닌, 88 서울 올림픽의 공식 스폰서였던 프로스펙스는 기술적 역량과 기성세대의 친근한 브랜드 연상은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었지만 딱히 그것을 정체성과 차별화 요소로 삼을만한 무기는 명확지 않았습니다. 


이때 프로스펙스는 나이키, 아디다스와 동등한 경쟁을 하면서도 프로스펙스만의 전문 영역, 세력권(Territory)를 형성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그때 프로스펙스가 주목했던 것이 바로 Walking 운동이었습니다. 소득이 증가하고 생활이 점점 윤택해지자 사람들은 건강과 다이어트 같은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비교적 사회체육으로서 인프라가 갖춰진 학교 운동장에서 걷기 운동(Walking)을 하는 추세가 점차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또 지자체 들은 나름의 관광수입과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올레길, 둘레길 등 다양한 코스 길을 조성하는 붐이 일었습니다. 프로스펙스는 이런 사회 추세와, 주 5일제 근무, 소득 증가에 따른 레저 아웃도어 니즈의 증가라는 시장 기회뿐 아니라 시장 내 세력을 형성할 힌트를 발견한 것입니다. 



프로스펙스는 즉시 워킹 운동자들을 대상으로 FGD와 Gang Survey에 착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합니다. 

1. 40대 주부들이 저녁밥상을 물리고 나면, 삼삼오오 학교 운동장에 나와 열심히 걷는다

2. 처음에는 다이어트, 몸매 관리, 건강관리를 위해서 걷기 시작했다

3. 하지만 열심히 몰입하며 걷다 보니 소위 '솥 뚜껑으로부터의 해방' 같은 느낌이 들었다

4. 걷기 운동을 통해 비로소 자유, 자아 와 같은 가치를 느낀다고 한다

5. 워킹은 주부들의 몸매 관리가 아니라 진짜 나와 만나는 시간이다.


인사이트 

1. 40대 주부들에게 워킹은 진짜 스포츠다 ( Walking, Authentic Sports!)

2. 그들은 진짜 스포츠를 할 때 러닝(Running)화나 테니스화 같은 유사 운동화를 신는다.

3. 워킹할 땐 (러닝화 신지 말고!) 워킹화 신으세요!


위의 인사이트를 통해 프로스펙스는 모든 제품군을 정리하고 워킹 전문 신발, 의류, 용품들로 라인업을 집중합니다. 그리고 워킹 전문성을 프로, 미디엄, 라이트 등으로 확장하게 됩니다. 김연아가 광고했던 W 타임 캠페인은 워킹 전문성이 일상 캐주얼화까지 확장된 개념이 되었습니다. 결국 프로스펙스 W는 이런 인사이트 발굴을 통해 역성장의 패턴을 반전시켜 다시 성장했고 그 당시 워킹화 최초 상기도(TOM) 1위를 달성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소비자 행동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