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공부를 하다 보면 브랜드 Hierarchy(위계)가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기업 브랜드, 사업 브랜드, 마스터 브랜드, 서브 브랜드 등등 알듯 모를듯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기업 브랜드를 얘기하기에 앞서 브랜드 Hierarchy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는 게 좋겠습니다.
브랜드 Hierarchy는 주로 브랜드의 수직적 구조(Architecture) 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래 학습지로 유명한 대교 눈높이를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기업 브랜드는 주로 회사명 또는 기업명을 브랜드화한 개념입니다. 일반적으로 잘 아시는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자동차, GS리테일, KGC 인삼 공사 등 이 대부분 기업 브랜드입니다. 기업 브랜드가 회사명 또는 상호와 무엇이 다르냐고 질문을 한다면, 실제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상호나 회사명은 주식회사, 유한회사 등의 표기를 함께 하고 오로지 글자로만 표현한다면, 기업 브랜드는 상호를 상징성 있게 표현하거나 시각적 꾸밈의 형식으로 표현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교라고 표시한다고 해서 이것은 회사명이지 기업 브랜드가 아니라고 생각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사업 브랜드 혹은 마스터 브랜드는 우리가 가장 많이 인지하는 브랜드 계층입니다. 대교의 눈높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GS리테일의 GS25, KGC 인삼 공사의 정관장 등이 모두 사업 브랜드입니다. 사업 브랜드와 마스터 브랜드는 동급으로 보면 됩니다. 마스터 브랜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마스터(Master)-서브(Sub)의 브랜드 구조를 가져가기 위해 편의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입니다.
패밀리 브랜드 또는 서브 브랜드는 사실 브랜드 후광효과나 브랜드 보증 효과를 노리기 위해 사용하는 브랜드 체계입니다. 사업 브랜드와 별개로 카테고리나 라인업을 확장하되 사업 브랜드의 명성과 파워는 이용하면서 독립적인 카테고리 또는 지위를 형성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입니다. 위 대교의 예로 본다면, 눈높이 방문학습과 차별화를 위한 학원형 학습 인프라인 눈높이 러닝센터, 방문 선생님의 수업방식과 달리 태블릿과 알고리즘에 의해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한 서밋 등이 있습니다.
Modifier는 수식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좀 복잡하지만 라인업, 과목 등 좀 더 세분화된 분류체계에 사용하는 브랜드입니다. 눈높이는 주로 과목명을 브랜드화하여 사용합니다. 자동차 브랜드들은 특별한 기능을 Modifier 화하여 브랜딩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4륜 구동이면 BMW는 Xdrive, 벤츠는 4Matic 등을 사용합니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경우 모델명에 해당하는 S20, A10과 같은 유형이 Modifier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의 주제는 기업이 보유한 브랜드 Hierarchy 중 가장 상위에 위치한 기업 브랜드입니다.
소비자로서 기업 브랜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구매에 영향력을 직접 미치는 개념에서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편의점의 냉장고 앞에서 생수를 하나 사려고 하는데 당장 기업 브랜드가 중요한 것은 아닌듯하지만 기업 브랜드는 저 은밀한 곳에서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다시 편의점의 냉장고 앞으로 가 보겠습니다. 지금 당장 마실 물을 하나 산다고 할 때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몇 가지 있습니다. 얼마짜리인지, 가장 싼 것을 사는지, 가장 유명한 것을 사는지, 요즘 가장 많이 광고하는 것을 사는지, 평판이 좋은 것을 사는지,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을 사는지, 진열된 것 중 제일 눈에 잘 보이는 것을 사는지 등 너무나 많은 요인이 있습니다. 물론 웬만하면 집이나 직장에서 물을 먹고 외부에서 한별씩 물을 사는 경우가 극히 드문 경우라면 그저 한 번의 판단으로 구매의사를 결정하면 됩니다. 하지만 만약 집에서 계속 물을 시켜 먹는 경우나 매일 한두 병씩 편의점에서 물을 구입해 먹는 경우라면 뭔가 구매의 패턴이 생기고 구매의사의 결이 생깁니다. 가장 크게 가격과 신뢰로 구분됩니다. 가격이 낮으면서 신뢰까지 된다면 가성비나 가심비가 좋은 제품입니다. 또 품질이나 위생 또는 건강에 좋아서 가격이 높더라도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도 사업 브랜드 또는 개별 브랜드가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칩니다. 특히 백산수, 아이시스, 삼다수, 풀무원, 평창수 등은 개별 브랜드 자체가 만들어내는 브랜드 파워가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위에 열거한 백산수, 아이시스 등이 정말 생수 자체 브랜드 만으로 작동하는지. 백산수나 아이시스 등 유명 생수 브랜드들은 TV 등 여러 광고에서도 꽤 노출이 된 경우입니다. 바로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는 의미죠. 어떻게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쓸 수 있었을까요? 바로 대기업에서 만들기 때문입니다. 백산수는 농심에서, 아이시스는 롯데칠성에서 생산 판매합니다. 겉으로는 백산수나 아이시스만의 브랜드의 영향 같지만 사실 농심이나 롯데칠성 같은 기업의 이미지 즉, 신뢰성과 전문성 그리고 명성 등이 후광효과로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반대로 기업 브랜드가 유명하지 않고 전문성이 없다면 비슷한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더라도 같은 수준의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입니다.
기업 브랜드는 이렇게 다양한 사업 브랜드나 독립 브랜드 들을 뒤에서 보증(Endorsement) 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상품 카테고리나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아 기업 브랜 와 사업 브랜드가 분리되지 않은 경우에 기업 브랜드는 사업 브랜드와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아이맥과 같은 별도의 사업 브랜드가 있긴 하지만, 애플은 일반 소비자의 인식 속에 회사명이면서 스마트폰류의 브랜드명입니다. 이렇게 기업 브랜드와 사업 브랜드가 같은 경우에 마케팅 비용과 자원 이용에 효율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한 가지 비용으로 기업과 사업 브랜드에 다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위험도 큽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은 것과 같습니다. 또 사업 카테고리가 분화되고 다양화되면 자원의 효율성보다는 분산과 포트폴리오 효과 때문에 기업 브랜드와 사업 브랜드를 분리하는 경향이 더 많습니다.
사업 브랜드에 마케팅 자원을 집중하느라 기업 브랜드의 브랜딩과 PR은 등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많이 알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 같은 경우입니다. 프로스펙스는 사업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프로스펙스를 만드는 회사가 어딘지 많이 알려져 있나요? 바로 LS네트웍스라는 기업 브랜드를 가진 회사입니다. 한때 스케쳐스, 몽벨, 젝 울프 스킨 등 다양한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로스펙스나 몽벨은 들어봤어도 LS네트웍스에 대한 인지는 매우 낮습니다. LS네트웍스는 LS그룹이 국제 상사를 인수해서 기업명을 바꾼 경우입니다. 국제 상사는 말 그대로 종합상사의 역할이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프로스펙스도 생산 판매를 했지만요. 이렇게 기업 브랜드 내에 다양한 사업이 있는 경우 기업 브랜드를 중심으로 또는 사업 브랜드와 같이 마케팅을 하기에는 자원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 브랜드 또한 다양한 마케팅과 브랜딩 활동으로 힘과 자산을 키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얘기도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기업 브랜드가 사업 브랜드와 다른 면이 있습니다. 바로 기업 브랜드는 꼭 제품이나 서비스만으로 형성되는 이미지나 품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업 브랜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쩌면 조직원일 수 있습니다. 기업은 상업적인 브랜드 효과보다 조직원들의 문화와 근무환경에 더 큰 영향이 있습니다. 기업의 힘은 크게 인력과 기술 그리고 자금력입니다. 기업 브랜드는 좋은 인력을 채용하고 육성하여 조직력이 유지되도록 하는 힘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인력을 유지한 다는 것은 기술력, 품질 등의 전문성을 형성할 수 있고, 이런 전문성은 사업에 매우 중요한 기여 속성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닭과 계란의 문제일 수 있지만, 기업 브랜드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CEO부터 말단 신입 직원까지 구성 인력 하나하나의 업무 성과와 태도 그리고 심지어 복장과 말투까지 관계하는 모든 조직과 사람에게 하나의 이미지로 커뮤니케이션 되기 때문입니다.
기업 브랜드를 인사에서는 조직 문화나 조직 규범 등으로, 전략과 기획에서는 업무 프로세스와 효율성 등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 브랜드를 브랜드 관리 관점에서 어떻게 포지션하고 어떤 인식과 이미지를 형성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