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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산 Jan 28. 2020

아인슈타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_열번째 이야기

고산의 과학 에세이

우주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 블랙홀          


우주에서 가장 어두운 곳,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끝없이 깊은 곳, 무엇이든지 먹어치우는 우주에서 가장 먹성이 좋은 이곳은 블랙홀이다.

아무리 뛰어난 망원경으로 보더라도 좀처럼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블랙홀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블랙홀로 빠져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화이트홀은 있을까? 우리은하의 중심에도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는데 사실일까? 


블랙홀은 이렇게 많은 궁금증을 낳아 왔다. 우리는 이제부터블랙홀의 정체를 밝혀볼 것이다. 블랙홀을 찾기 위해서는 저 넓은 우주로 먼저 나가야 한다. 

우리의 우주는 137억 년 전에 생겨났다. 이 세상이 시작되기 전에는 밝은 것도 없었고 어두운 것도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빅뱅’이라고 불리는 큰 폭발이 일어났다. 이때부터 끝없는 시간과 공간이 생겼다. 그리고 폭발로 만들어진 에너지가 변해 물질이 태어났다. 


우리의 상상으로는 도저히 잴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그곳을 우리는 ‘우주’라고 부른다. 우리는 그 우주를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통해 볼 수 있다. 그 별을 천문학에서는 ‘항성’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어떤 행성들과도 비교되지 않는 엄청나게 뜨거운 열을 발산하고 있다. 

아마 우리가 그 태양을 향해 여행한다면 근처에 도달하기도 전에 우주선이 녹아버릴 것이다. 어떤 것들은 수천 도지만 어떤 것들은 수만 도에 이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별이 하나 있다. 바로 태양이다. 

우리의 태양은 처음 우주의 가스와 먼지가 모여 탄생한 후, 대략 100억 년을 살게 된다. 지금의 나이가 50억 살이니 앞으로 50억 년은 더 살 수 있다. 그런데 모든 별이 이렇게 100억 년을 사는 것은 아니다. 우리 태양뿐만 아니라 이 별들은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다양한 일생을 거치며 사라지게 된다. 


별이 죽는다는 것은 자신을 태울 연료인 수소를 모두 소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별의 연료인 수소만 있으면 어떤 것이나 별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충분한 질량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태양만 해도 이렇게 수소를 태워 빛과 열을 내기 위해 지구의 크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태양은 지름 140만km로 지구를 백만 개나 담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별이다. 그리고 우주 전체로 보면 태양의 크기는 아주 작은 별에 해당한다. 

그럼 별이 커져야 수소를 태워 빛과 열을 낸다는데 왜 그럴까? 답은 별의 내부에서 받는 압력에 있다. 압력이란 말 그대로 누르는 힘을 말한다. 우리가 깊은 물 속에 들어가면 물이 누르는 힘이 세지는 것처럼 별도 마찬가지다. 별이 그렇게 커지면 중력이 커지고 그 내부는 압력이 아주 높아진다. 그 높아진 압력에 의해 수소 원자들이 서로 결합해 헬륨이란 원자를 만든다. 이것을 핵융합이라고 한다.


그럼 어떻게 핵융합으로 빛이나 열이 만들어질까? 

태양의 핵에서 수소 원자들이 높은 열과 압력으로 인해 서로 충돌하면 ‘헬륨’이라고 부르는 원자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소 원자의 각각의 질량을 더한 값보다 융합한 후의 헬륨의 질량이 조금 줄어들게 된다. 바로 그 줄어든 양이 빛이나 열과 같은 에너지 형태로 바뀌게 된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 한 E=mc2의 원리이다.


태양 내부에서는 1초마다 무려 6억 톤의 수소가 5억 9천5백만 톤의 헬륨으로 융합된다. 그리고 남은 5백만 톤의 질량이 에너지로 전환되는데 1초마다 1메가톤의 폭탄으로 10억 개만큼의 에너지가 생산되는 셈이다. 참고로 1메가톤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50배나 되니 어마어마한 에너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엄청난 압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중력이라는 힘 때문이다. 중력은 별이 타오르게 하는 힘인 것이다. 별은 중력 덕분에 태어나 빛을 발하고 에너지를 전달하지만, 또한 그 압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결국 그 압력에 의해 별이 사라질 때는 우주를 뒤흔들만큼 요란하다. 바로 한낮의 태양 빛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빛을 발산한다. 뒤이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 물론 우리 태양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 폭발은 아주 큰 별들에서 일어난다.

어떤 별들은 그 질량이 우리 태양에 비해 몇 배에서 크게는 30배가 넘는 별도 있다. 그렇게 큰 별도 그런 압력을 견디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한 별이 종말을 맞게 되면 자신의 핵을 태우면서 헬륨뿐만 아니라, 탄소, 질소, 산소까지 모두 태워 소모해 버리게 된다. 

결국, 철만 남아 더 이상은 핵융합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철로 구성된 핵이 중력에 의해 계속 안으로 압축되다가 더이상 불가능한 상태가 되면 그 핵조차도 버티기 어렵게 된다. 


거대한 별은 완전히 붕괴하면서 우리가 찾고 있는 블랙홀이란 것을 생성시키거나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블랙홀은 많이 들어봤는데 초신성은 생소할 것이다. 초신성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무엇이든 파괴해 버린다. 초신성이 되려면 우리 태양보다 몇 배 더 큰 별이어야 하고 온도도 높아야 한다. 또한, 초신성은 우리 태양에 비해 수명도 훨씬 짧다. 우리 태양은 100억 년 정도를 살지만, 초신성은 몇백만 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그렇게 파괴된 자신과 주변의 물질들은 이웃의 가스 구름과 함께 태양계와 같은 새로운 천체를 만들어 낸다. 우리의 태양계도 바로 이러한 초신성 폭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별이 있는가 하면 중성자별이 되거나, 블랙홀이 되기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크기의 차이다. 우리의 태양은 우주의 수많은 별과 비교해 보면 그 크기가 아주 작은 별이라고 했다. 그래서 초신성이나 중성자별, 블랙홀이 되지 못한다고도 했다. 그렇다고 조용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태양은 식어가기 전에 일단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50억 년 후 미래의 어느 날 태양의 수소 연료가 바닥나면 점점 식어가게 되고 안정적이던 움직임과 크기도 이젠 불안정해질 것이다. 

불안정한 태양이 요동치면 그로 인해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태양의 핵은 수억 도까지 올라가게 된다. 온도가 올라가 수소가 아닌 헬륨을 원료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 크기도 엄청나게 불어난다. 이때의 태양을 ‘적색거성’이라고 부른다.


태양계로서는 엄청난 재앙이 발생한다. 크기가 커진 태양이 수성과 금성을 삼켜버리고 결국에는 지구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때쯤이면 과학이 발달해 우리의 후손들은 다른 살기 좋은 행성에 옮겨져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럼 태양은 어떻게 될까? 적색거성 단계를 지나면 태양의 겉껍질들은 우주 속으로 떨어져 나가고 지구 크기만한 작은 핵만 남게 된다. 이로써 우리의 태양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작은 핵은 ‘백색왜성’이라 불리는데 그곳의 물질은 밀도가 엄청나게 높아 찻숟가락 하나의 물질이라도 수십 톤이 넘는다. 

그리고 그 백색왜성이 남아 있는 수소마저 소모하며 차갑게 식으면 더 이상 빛을 내지 못하고 ‘흑색왜성’이 되어 죽게 된다. 


그런데 태양보다 1.4배 이상 큰 별들은 그 운명이 다르다. 이 별들도 우리 태양처럼 적색거성으로 변하지만, 어느 순간 핵이 붕괴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다. 우리의 태양계도 이 초신성 폭발로 만들어진 가스와 구름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 그보다 더 큰 별들은 어떻게 될까? 바로 중성자별이 되거나 블랙홀이 된다. 우리에게는 중성자별도 낯선 별이다. 우리 태양에 비해 8배에서 30배 정도 되는 별들의 운명은 약간 다르다. 이들도 똑같이 적색거성을 거쳐 적색초거성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 핵이 폭발하면서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다. 그런데 작은 별들은 초신성 폭발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에 반해 이렇게 큰 별들의 중심핵은 남아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중성자별이다. 이 별의 중심핵이 전기적인 성질이 없는 중성자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성자별이라고 하는데 그 밀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서 조그만 각설탕 정도의 크기가 무려 10억 톤이나 나간다. 


별들의 운명은 이처럼 크기에 의해 좌우된다. 그럼 우리 태양보다 30배 이상 큰 별들은 또 어떤 운명을 걷게 될까? 바로 우리가 찾고 있는 우주에서 가장 신기한 블랙홀이 된다. 


거대한 별은 블랙홀로 되기 전에는 다른 별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들은 중성자별과 마찬가지로 적색초거성의 단계를 거친다. 이때 이 별의 내부는 상상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일단 온도는 중력의 압력에 의해 섭씨 수억 도 이상 치솟게 된다. 그리고 헬륨과 탄소가 융합해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게 된다. 산소와 규소, 황과 같은 원소들이다. 

이 큰 별들은 결국 중력이 초신성 폭발처럼 별을 완전히 부수기 시작하면서 그 중심핵마저 자신의 질량을 견디지 못하고 측정할 수 없는 밀도의 천체로 변한다. 

블랙홀은 별의 죽음에서 한 과정이다. 이들을 만든 별은 엄청난 질량으로 인해 중력이라는 힘이 아주 커진다. 바로 이 질량과의 싸움에서 중력이 승리를 거둔 별인 셈이다. 우리 태양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별이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완전히 부숴버릴 정도로…. 이 별이 붕괴하였지만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별이 붕괴한 자리에는 물질이 엄청난 밀도로 압축되기 때문에 그 어느 것도 탈출이 불가능한 신비한 천체가 생긴다. 블랙홀이 태어난 것이다.


어마어마한 중력이 별을 짓누르고 안쪽에서는 그 압력으로 파괴되는데 이때 충격파가 밖으로 터져 나오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별은 마지막을 향해 치닫게 된다. 초신성 폭발이다. 내부를 향해 찌그러지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보통의 초신성폭발과 같다. 하지만 그 거대했던 중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다. 

그 뒤로 지름이 우리 서울보다 작은 크기의 밀도 높은 중성자별이 남게 된다. 그런데 이 중성자별마저 중력이 너무 커서 찌그러지고 그 붕괴를 막을 물질은 아무것도 없다. 이로써 지구 질량의 수백만 배에 이르는 블랙홀이 탄생한다. 그리고 무시무시할 정도의 질량의 영향이 우주에 남아 있다. 질량은 공간을 구부러지게 하는데 그것이 너무 커서 한없이 작은 점으로 연결되는 구멍이 생긴다. 

어떠한 것도 블랙홀을 벗어날 수가 없다고 했는데 빛이라면 어떨까? 불행하게도 우주에서 가장 빠르다는 이 빛조차 그곳에 빠지면 되돌아 나오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통 빛이란 직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빛을 블랙홀을 향해 쏘게 되면 그 안에서 휘면서 돌게 된다. 

빛이 이렇게 빠져나오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사물을 본다는 것은 빛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빛이 나오지 못하니 블랙홀은 보이지 않게 된다. 그래서 이름이 블랙홀이다. 


그렇다고 너무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블랙홀이 우주의 모든 것을 삼킨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가 진공청소기를 돌리면서 청소를 하면 청소기 입구 주변의 먼지들만 빨아들인다. 하지만 저 멀리 있는 먼지까지는 빨아들일 수 없다. 마찬가지로 블랙홀도 아주 가까이 접근해야만 안으로 빨아들일 수 있다. 우주여행을 하다가 블랙홀을 만나게 되면 적당한 거리만 유지한다면 빨려 들어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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