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패디 PADDY Feb 12. 2024

그런 밤이 있다.

유난히 잠이 오지 않는 밤

그런 밤이 있다. 

창문 너머로 스미는 빛이 마치 타임캡슐에서 건너온 메시지처럼, 시간의 틈을 타고 내 마음의 가장 은밀한 곳에 메아리친다. 이 빛은 밤의 침묵을 헤치고 조용히 내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설명할 수 없는 막연함을 선사한다. 그 빛에 빠져, 나는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되새기며, 때로는 그 안에서 숨어 있던 불안과 두려움의 얼굴을 마주한다.

밤은 깊어만 가고, 창문 너머 빛은 점점 어둠에 적응해 방을 은은하게 밝힌다. 이 빛은 외로운 도시의 속삭임과도 같아, 내 방의 고요와 어둠 속에서 마음속 깊은 곳을 울린다. 밤의 고요함은 때때로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고, 내 마음의 소란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왜 이리 마음이 불안할까?


방은 고요하지만, 내 마음은 폭풍우처럼 요동친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나를 옥죄고, 모든 것이 무의미해 보이는 순간들. 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조용한 음악을 틀어본다. 음악의 부드러운 선율이 방을 채우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 음악소리가 내 마음의 폭풍을 진정시켜 주길 바라며 깊은숨을 쉰다. 하지만 마음의 폭풍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인제 그만, 생각들을 베개에 묻고 어서 자야지.


침대에 몸을 던진다. 침대 시트가 내 피로한 몸을 부드럽게 받아주지만, 마음속의 소용돌이는 여전히 잠잠해지지 않는다. 천장을 바라보며, 눈꺼풀 뒤에 펼쳐지는 생각들은 잠을 멀리하는 밤의 손님처럼 끈질기다. 


방안을 가득 메운 침묵을 깨고, 가로등 불빛이 창문을 통해 조용히 내 방으로 더 깊숙이 스며든다. 창문 너머 보이는 불빛은 마치 미래에서 보내는 신호 같다. 그 불빛은 외로운 밤의 동반자처럼, 나의 불안과 고요한 대화를 시작한다. 이 신호는 미래와 과거의 내가 보낸 확신과 약속 같고, 때로는 내 능력의 부족과 한계를 상기시킨다. 나는 그 빛을 바라보며, 나 자신과 세상에 관한 생각에 잠긴다.


그럴 때가 있다. 

사람이 싫어질 때. 인간관계 속에서 느끼는 그 실망감과 회의감이, 

마음이 잡히지 않고, 답답해서 숨 쉬는 것조차 힘겨울 때. 

일도 하기 싫고, 생각도 하기 싫고, 모든 게 귀찮고 무의미해질 때.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더욱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 때. 


이런 나 자신이 한심하고 땅으로 꺼지고 싶을 때, 


이런 순간들은, 가끔 우리가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느끼는 그 실망감과 회의감과 같은 걸지도 모른다. 마치 오래된 영화를 다시 보는 것처럼, 처음엔 흥미롭지만, 결국엔 똑같은 결말에 도달하게 되는 그런 느낌.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냥 '사람들이 지겨워지는 것'에 불과한 것 같다고 느껴진다. 마치 예전에 좋아하던 취미가 이제는 그저 그런 일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아차. 생각이 또 많아졌다. 에라이!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반대로 뒤척인다. 역시나 잠이 올 리 없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가 결국 일어나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앉아서 할 게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럼 뭘 한다? 


그냥 숨이나 쉬는 것이다. 멍하니 앉아서 크게 숨을 내쉰다. 

살기 위한 작은 몸부림이다. 방안에 남아 있는 찬 공기와 내 뜨거운 한숨이 교차하는 것을 느낄 정도로 숨쉬기에만 집중한다. 마치 담배 연기를 내뱉듯, 내 안의 모든 나쁜 기운이 빠져나가길 바라며, 깊이 숨을 들이쉬고 바닥까지 내쉰다. 하나, 두울...


산소가 모자라서 머리가 띵해질 때까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이렇게 숨쉬기를 반복하면 조금 살만해진다. 사소한 실수 하나에 계속 사로잡혀 온 우주를 원망하게 되고,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어 현실에 다시 빠져드는 순간. 피곤한데 잠을 방해하는 이 방해꾼,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아 진짜 내가 너 때문에 무너질 것 같아? 괴롭히지 말고 꺼져버려! 나는 강하다!

하…. 이제 숨쉬기가 좀 더 수월해지는 것 같다.


이 말을 끝으로, 새로운 하루를 향한 조용한 기대감에 잠긴다. 어둠 속에서 새로운 아침을 기다리며, 조금씩 눈을 감는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불안한 생각들을 잠시 접어둔 채.

(이 이미지는 글을 바탕으로 AI가 그린 그림입니다. 이미지 생성: OpenAI의 DALL·E)


작가의 소통창구 (클릭)

Instagram

홈페이지


작가의 이전글 들리지 않았던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