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렇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

by 지구인 이공이오

어느 날 당신이 저에게 처음으로 '먼저' 물었다.

딱 하루만 1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는지

다음 교대 근무자가 1시간만 일찍 나와 줄 수 있으면 가능한 건지


저는 당신에게 말했다.

무엇보다도 '이유'가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유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라면 어렵지 않을까라고


당신이 말했다.

당신의 일상에서 유일하게 즐거운 일이 혼자 공연을 보러 다니는 일인데

그날 너무 좋아하는 공연이 있다고 그래서 예매를 했는데 근무 스케줄 조정을 못했다고

그래서 1시간만 일찍 퇴근하면 그래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당신이 말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니라고 그래서 예매 취소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포기하는 당신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게

그 일을 통해서 나머지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게

당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의미일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렇게 좋아하는 일이 있는 당신이 마냥 부러웠다.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즐길 수 있는 당신의 삶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리고 어떻게든 당신의 좋아하는 그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가족과 떨어져 낯선 이곳에서 홀로 낮과 밤이 바뀐 일상을 사는

하루하루를 버티는, 견디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너무나도 어린

당신의 얼굴에도 웃음이 즐거움이 행복함이 그렇게 잠시라도 묻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저는 당신과의 머지않은 이별을 앞두고 있다.

벌써부터 당신에게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막연히 겁이 난다.

이별에 너무나도 취약해서 곁에 사람을 두지 않고 살아온 제가 앞으로 당신들과 마주해야 열 번의 이별 중

맨 처음인 당신과의 이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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