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만 바라보는 관리자의 어리석은 착각

당신의 일하는 얼굴은 어떤 모양인가요?

by 지구인 이공이오

매일 아침 일곱 시 출근하는 길에 제일 먼저 당신을 보러 간다. 밤새 안녕히 별일 없었는지 궁금해서, 혹시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 아닐까 해서, 그래도 얼굴이라도 자주 보면 말이라도 한마디 더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첫날부터 매일 그렇게 찾아갔다.


그러다가도 문득 당신에게 제 방문이 불편하지 않을까, 매일 출근 도장 찍는 관리자가 그만 좀 왔으면 하는 건 아닐까 싶어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보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당신, 결국 '불편합니다'라는 말을 편하게 할 수 없는 당신과 그걸 알면서도 매일 찾아가는 제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또 고민한다.


등 뒤에서 잠깐 동안 바라보는 당신이 마냥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객을 응대하는 당신의 말투가 다정해서, 당신의 손짓이 편안해 보여서 어제도, 오늘도 별일 없이 그렇게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착각했다. 그러다 업무용으로 촬영한 당신의 일하는 얼굴을 처음으로 제대로 보았던 날 한참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얼굴이었구나...

제가 제대로 보지 못했던 당신 얼굴은 그런 모양이었구나...

감정이 사라져 버린 얼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마음이 닳는 일을 하는 사람들...


이 일을 나이 어린 당신이 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당신보다 조금 더 세상 경험도, 사람 경험도 많이 해본 누군가가 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그리고 그런 당신에게 제가 제대로 잘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힘들다 말하지 않으면 괜찮은 거라고

문제만 발생하지 않으면 괜찮은 거라고

저를 보는 얼굴이 웃고 있으면 괜찮은 거라고

어리석게도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당신의 진짜 얼굴은 모른 체

제가 상상하는 얼굴만 기대하면서

그렇게 너무나도 부족한 관리자로

여전히 당신의 오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관리자로

그렇게 밖에 당신 옆에 있질 못했던 것 같다.


내일은 그래도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까?

당신의 얼굴에 조금은 감정을 담아 줄 수 있는 관리자가 되어 줄 수 있을까?

그렇게 오늘도 아침 일곱 시에 당신을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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