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아무개와 아무개 선생님 사이
'인간 아무개와 아무개 선생님은 다른 거죠.' 20대 직원이 40대 동료를 평가하면서 '옛날 사람' 관리자인 나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끄집어낸 비유였다. 사람으로서는 마냥 좋지만, 일하는 동료로서는 '글쎄요'라는 어찌 됐든 아무개 선생님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인간 아무개라는 그의 명확한 정리가 하루 종일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너는 인간 아무개와 아무개 관리자 둘 다 제대로 하고 있는 거니? 관리자가 되고 나서 마냥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아무개 관리자보다는 인간 아무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은 어떤 일이든 내가 어디까지 노력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그 사이사이 시간들 속에서 나의 고민과 생각들을 털어놓을 수 있고 누구보다도 나를 지지해 주고 믿어 주는 좋은 어른 관리자만 있으면 회사생활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런 좋은 어른 관리자들 덕분에 하루를 버티고, 한 달을 견디고, 일 년을 곱씹으며 그렇게 십 년을 보내고, 또 한 번의 십 년을 보내게 된 건지도 모른다. 과거의 좋은 어른 관리자들이 나에게 했던 말과 행동들을 닮아가기 위해 애를 쓰다가도, 문득 그게 요즘 직원들에게도 필요한 관리자의 모습인 걸까라는 물음표를 그려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힘이 얼마나 위대하고 가치 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내가 산 증인이기에 오늘도 '세상에 없는 관리자가 되는 게 꿈 입니다만'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