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3개월을 앞두고, 3월 29일 금요일 공식적인 마지막 출근일이었다. 사실 회사에서는 휴직을 쓰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이었지만 여러 번의 면담과 이야기를 통해 얻어낸 결과이다.
현재 회사에서나의 역할은 프로젝트 매니저라 보통 하나의 사업 시작과 끝까지 함께한다. 2024년 시작된 하나의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계획대로라면 행정적 종료일인 3월까지 딱 마무리하고 휴직하려 했는데... 회사 프로젝트 전략상 다른 프로젝트 우선순위에 밀려(완료일을 조율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기에) 일정이 밀린 상황이다. 작업할 사람은 없고 홀로 프로젝트를 지킨 시간도 있었다. 여하튼아직 제작이 완료되지 않은 부분도 있고 행정적 서류를 챙겨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어쨌든 자리를 비우는 것을 허락받았다.인수인계받아줄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발주처와의 소통이나 제작 공정 관리를 원격으로 일부 대응하기로 했다. 나의 휴직으로, 현 동료 매니저들에게 더 프로젝트들이 할당되어 있는 상황이라, 남아있는 나의 일을 더 얹어줄 수는 없었다.
몇 주간 업무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 휴직 다운 휴직은 아니지만, 공식적인 마지막 출근일이니 마무리 인사는 해야겠지 싶었다. 점심은 대표와 이사, 시니어 분들과 함께하고 저녁은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려 했다.보통 저녁회식, 저녁 술자리를만들지 않는 회사라 익숙하지 않은 일이지만 그런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금요일 저녁이라 강요하는 자리는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모였다. 팀장님도 번개 회식 명목으로 흔쾌히 법인카드 사용을 대표님으로부터 허락받아 주셨다.
공식적인 회식이 되었고, 특히 지난해 나의 팀원으로 함께했던 친구들이 많이 모여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 업무를 함께 진행해 줄 직원들 입장에서는 나의 공백에 대한 불안함도 있을 텐데, 그럼에도 좋은 마음으로 배웅을 받으니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마음 풍요로는 순간이다. 그냥 다 좋았다. 남은 걱정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고 그 순간이 참 좋았다.
회사로부터 이번 육아휴직 기회를 받으면서 여럿 이야기가 오갔는데, 특히 회사에서의 나의 역할에 대해 피드백을 많이 들었다. 난 스스로를 많이 채찍질하는 타입이라, 항상 회사에서 부족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 알게 모르게 지금의 자리에서 나는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던 사람이다. (집에서는 그건 아니긴 했는데...) 자신감을 회복하고 시간도 확보되었으니, 더 나은 삶을 위한 용기 한 스푼이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