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한 달, 유치원 적응은 잘한 것 같다. 다만 유치원방과 후, 기다림이 아닌 환경으로한 번 바꿔주기로 결정했다.
마침 집 앞에 새로 생긴 건물에 학원이 여럿 들어서고 있었다. 학원은 초등학생부터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미술학원, 음악학원, 태권도 등 유치원생이 갈 수 있는 학원이 이렇게 많았다니 새삼 놀랍다. 사실 엄마인 나는 벌써학원뺑뺑이를 시작해야 한다니 안타까워서 천천히 보내고 싶었는데, 상담해 보니 생각보다 더 아이들을 위한 활동이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 보낼 거면 요일별로 다양한 활동들로 채워주고 싶었는데 그것도 엄마 욕심인 것 같아서 마음을 내려두었다. 학원 뺑뺑이가 안타깝다면서 이것저것 시키려는 마음이 같이 드는 것도 웃기다.(ㅎ)
보통 유치부는 유치원 방과 후 과정 후 연계할 수 있도록 시간표가 짜여있었다. 미술학원은 한 반에 3-5명으로 이루어지고 주 1회 또는 2회만 가능했다. 태권도 학원은 주 5회도 가능하고 유치원에 학원 차량이 운행한다고 한다. 그동안 아이들이 태권도를 왜 이렇게 많이 다니나 생각했었는데, 한 타임에 거의 30~40명 정도를 받고 있고 건장한 성인 남성 선생님 비율도 높으니 아이들의 기강(?)을 잡기에도 더 나아 보였다.
여하튼 안정적인 하원 사이클을 만들어 주려면 우선 매일 같은 시간에 태권도를 보내야겠다 싶었다. 5시 수업으로 신청하면 4시 30분쯤 유치원에 학원 차량이 들어가고, 같은 유치원에서 그 시간에 4명정도 탄다고 한다. 상담은 아이와 함께 갔었는데, 태권도하는 형, 누나들 보면서 집중을 잘하더라. 바로 상담 다음날로 아이 유치원 픽업, 체험클래스를 신청했다. 아이도 씩씩하게 인사하고 상담을 마무리했다.
아이가 유치원 첫날 노란 버스를 타 본 이후로(잘못 태워 한 바퀴 돌았던 그날) 자기도 노란 버스 타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내일부터는 태권도 노란 버스가 라봉이 태우러 올 거야!" 유치원에 태권도 버스가 온다니 무척 신나 했다. 일단 노란 버스도 타고, 친구들이 이동하는 시간에 유치원에서 나갈 수 있으니 아이는 좋아할 것이라 확신했다.
다음 날, 유치원에 가는 아침에도 아이에게 여러 번 이야기해 주었다. "오늘, 유치원 끝나고 태권도 갈 거야!, 이따 태권도하고 나면 아빠가 데리러 갈게." 아이는 유치원 안 가고 태권도만 가고 싶다고 했다. (ㅎ) 정말 가고 싶었구나. 싶어서 미소가 지어졌다.
오후 시간이 되니 학원으로 아이를 데리고 가는 과정 그리고 체험 사진들은 엄마인 내게 전달되었다. 사진 속 아이 표정이 무척 즐거워 보였다. 5세 태권도 수업은 유아체육처럼 진행되는데, 그동안 어린이집에서 해온 것도 많아서인지 곧잘 하는 것 같았다. 사실 부모님이랑은 문화센터 수업이나 트니트니 같은 체험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아이였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도 걱정할 것 없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태권도 수업 후 휴가 쓴 아빠가 일찍 데리러 가니 아주 기분이 좋은 듯했다. 업무 중 사진, 영상으로 보았던 엄마도 기분이 좋아졌다.노란 병아리 도복 입은 아이 모습이 어쩐지 더 의젓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