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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나다라봉 Mar 28. 2024

사실 육아휴직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육아휴직의 양날의 칼, 육아휴직 쓰고 푸념 아닌 푸념.

요즘 6+6 육아휴직, 아빠육아휴직 키워드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언론에서는 마치 육아휴직 제도를 개정하여 낮은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제도는 함정이 많다. 우선 육아휴직은 고용보험금을 납부하고 있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사업장 기준으로는 필수 요건이 아니기에 육아휴직을 허용해야 쓸 수 있다. 허용하는 사업장이나 기관 중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이 다르다. 어딘가는 2년, 3년까지 지원하니 (어느 기점부터는 무급이지만) 근로자의 자격으로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동등하게 받을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 특히, 자영업을 하거나 프리랜서인 경우, 자격 요건에 충족되더라도 그들을 위한 제도도 미비할뿐더러 자리를 비웠을 때 대체할 사람이 마땅치 않으므로 육아휴직을 모두 제공한다고 해도 실효성이 높지 않을 거다.


지금의 제도는 휴직을 엄마가 쓰고 아빠가 쓰고, 같이 쓰고 부부가 어떻게 몇 개월을 쓸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난 그 프레임을 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을 쉬어야만 육아를 할 수 있는 걸까?" '휴직' 글자에서도 '쉴 휴'를 쓰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데 다른 생활을 병행할 수 없는 것처럼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육아를 하기 위해서 쉬는 게 아니라 일을 하며 육아도 할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육아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도 아니고 육아를 위해 커리어를 쌓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누군가 한국의 출산휴가, 육아휴직에 제도가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난 그 제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출산한 가정, 그중에서도 자격이 되는 일부의 가정만 활용할 수 있는  이 제도는 더더욱이 출산 가정을 격리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출산 가정이 격리된다면, 육아하면서 직장 생활이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사실 첫 육아휴직 때는 이런 것을 잘 인지하지 못했다. 아이를 낳았으니 당연히 '휴직할 수 있는 거지!' 싶었는데, 아니다. 길게 봐야 한다. 아이는 1년만 키우는 게 아니다. 1년만 부모님 손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적어도 10년, 아니 15년은 지속적인 양육이 필요하다. 그런데 첫 단추를 휴직으로 시작하니, 마치 일을 쉬고 육아에 전념해야 할 것 같다. 엄마든 아빠든 육아 명목의 휴직을 하는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건 안될 것만 같다. 더군다나 이 제도는 육아휴직 기간에 추가적인 수입이 발생하면 안 되기에, 육아만 하라는 거다. 그 결과 육아휴직 1년이, 부부의 육아 참여를 높이는 것은 성공한다. 그런데 복직 이후에는 1년 동안 고군분투했던 육아의 50%참여하지 못한다. 전혀 다른 생활이 이루어지니 상대적으로 육아 만족도도 낮아지고 서로 배려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는 복직 후, 가치갈등 심화로 이어진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상생하는 삶, 지속가능한 삶을 계획해야 하는 그 시기에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그 '휴직' 시기 기준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게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아이에게도 엄마든 아빠든 항상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엄마도 아빠도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데 도움 되지 않을까 싶고 그렇다.


지속가능한 양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비단 몇 개월 몇 년 육아휴직으로 해결될 부분이 아니고, 육아를 하는 엄마든 아빠든 사회에서 격리되지 않아야 한다. 결혼을 하지 않은 또는 아이가 없는 회사 동료들에게 마치 육아휴직이 특권처럼 비치지 않아야 한다.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본인의 시간을 쓰듯 육아를 하는 사람도 자신의 시간을 가족과 보내는 것이 당연해져야 한다.




육아휴직이 아닌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글을 쓰고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난 휴직을 다시 요청했다. 회사로부터 3개월 육아휴직을 다시 허락받았지만 마음이 씁쓸하다. 언 발에 오줌 누기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실상은, 그나마 육아휴직을 해야 아이와 유대할 수 있다. 육아휴직을 마다하고 일을 한다면 엄마 또는 아빠의 역할을 다른 사람이 대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사회는 그렇다.


통계청 자료를 검색해 보니 '22년 출생아 100명당 출생아의 부모 중 22년 육아휴직자 수는 전년 대비 5.2명 증가한 35.0명임'이라는 결과가 눈에 띈다. 이 지표에 의하면 아마도 100명 중 35명의 아이는 부모 중 한 명이 더 양육을 맡고 있을 거다. 나는 이 숫자가 5.2명 증가했다는 것보다 남은 65명의 아이 가정이 더 궁금하다. 65명의 아이는 어떻게 성장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65명의 아이의 삶이 더 나아지길 바란다. 일하는 부모가 휴직하지 않고도 아이가 부모를 만날 수 있고, 유대할 수 있길 바란다. 일도 잃지 않길 바란다.


+22년 자료에 의하면 육아휴직을 사용한 아빠의 64.7%, 엄마의 52.1%가 300인 이상 기업에 재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100명 중 35명도 중견기업 이상 규모에 재직하고 있는 가정에서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


++통계의 함정, 육아휴직 대상자가 아닌 사람들은 다룰 수 없으므로, 육아휴직은 출산 가정 중 정말 일부만 이루어지는 삶의 형태이지 않을까? 전체 사회로 보면 더 미비한 숫자겠지 싶다...




임신기에 아이와 함께 나의 일을 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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