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많은 일들이 있었다. 턱 끝까지 차오른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스스로를 그리고 우리 가족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었다.
마음의 여유도 신체적 여유도 없었다. 시간도 물론 없었다. 나의 시간, 그리고 가족의 행복한 시간도 함께 갉아먹고 있었다. 가족들과 하루에 만나는 시간, 이야기하는 시간이 얼마 안 되는데도 날 선 말들이 오가고 서로 지쳐가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인지했을 때에는, 사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왜냐하면, 그런 상황들을 만들어온 나의 생활이 너무 익숙했기 때문에.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 것 같다", 그 말속엔 여러 가지 상황과 우려 그리고 마음,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일(나의 커리어와 인정)과 양육(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역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해 왔는데,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변호하듯 반격하고 변명했다.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싫었다.
나는 약은 사람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노력으로 이뤘어야 했고 시간이나 정성을 많이 들여서 원하는 것을 이뤄냈다. 재고따지고 유리한 길을 잘 따라다녔다면 더 빨리 위험신호를 파악할 능력이 있었을까? 엉덩이 무겁게 진득하게 해낸 나의 성격이 왠지 더 이 상황을 악화시킨 것만 같다.
이번 결심은 정말 큰 도전이었다. 출산휴가 후 육아휴직은 자연스럽게 얻은 것이라면, 이 자리는 필요에 의해 내가 만들었다. 누군가는 육아휴직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고, 초등학교 들어갈 때를 위해 남겨두는 것도 추천한다. 누군가는 자기 계발을 위해 육아휴직을 활용하고, 자녀의 교육을 위해 쓰기도 한다. 정말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또 보았는데, 결론은 그냥 내가 멈추고 싶다는 것이었고, 그 멈춤에 약간의 완충을 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하기로 한 거다. 만약 육아휴직 3개월을 쓰지 않고 남겨놓아도 내가 없으면, 또는 우리 가족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으니, 다른 사람들의 사례는 그저 사례일 뿐이다.
사실 3개월 길지 않다. 마무리 못한 일도 집에서 봐야 하는 휴직 아닌 휴직 상태도 몇 주는 지속될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선택을 했다. 그래야 그 3개월 후가 보일 것 같았고, 내 시야에 우리 가족도 우리 아이도 더 잘 보일 것 같다.
아이의 유치원 적응과 하루 사이클을 만드는 것, 가족 간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나의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으려 한다. 어쩌면 우리 가족의 삶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으니 긍정적으로 이 시간을 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