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이라고 해놓고 3주 차, 노트북 앞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재택근무라도 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또 한편으론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남편이 바빠 늦는다. 남편은 거의 1년 만에 야근을 하는 것 같다. (그동안 하원을 맡느라고 칼퇴근을 해왔다.) 나는 오랜만에 아이와 오전, 저녁시간을 함께하며 낮시간엔 일을 보고 있다.
남편의 늦은 퇴근 후, 아이를 재우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아이는 어떤지, 태권도는 잘 다니는지 꽤 구체적으로 남편이 물어보더라. 내가 없던 (내가 회사에 있던) 그 시간에 남편은 아이에게 하루의 일과 이것저것을 물어보며 파악했던 듯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아이에게 딱히 물어본 게 없었다. 그저 잘 다녀왔냐는 물음 그리고 아이의 표정을 읽었을 뿐이다. 남편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건 '하원하며 무슨 일이 있었어~' 정도인데, 정작 아이가 유치원에서 무얼 했는진 모르고 있다. 남편은 그런 답변을 하는 나와 아들이 어떻게 지냈을지 뻔히 보이는 듯, 이 말을 건넨다.
"내일은 기운 좀 차리고, 라봉이랑 같이 산책하면서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지나가는 개미도 보고 관찰하는 시간을 가져봐~, 요즘 라봉이가 그런 거 좋아하더라. 그리고 유치원에서 뭐 했는지도 물어보고!"
순간, 멍... 하게 그동안 아이 만났을 때 난 무얼 했지? 생각하니 마음이 찔린다. 아이가 유치원 갔을 땐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실 아이 하원시간에도, 나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에서 메신저 연락이 왕왕 오고 있었고 그 답변을 해주기 급급했다.아이 데리러 가는 오후 6시 즈음이 회사에서는 업무 마무리 될 시간이어서 연락이 많이 오긴 했다. 확인할 내용도 있고 내일 업무에 대한 피드백도 주어야 하고... 그렇다 보니 또다시 나는 아이의 시간이 아닌 회사의 시간에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와의 시간에 한번 더 눈맞춤해 주고 대화도 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아이의 눈에는 그저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엄마가 데리러 왔구나' 그랬겠구나 싶다. 아이가 놀이터에서 아는 형아를 만나서 신나게 노는 아이를 보고, 다행이다 싶은 마음으로 엄마는 연신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오늘 하루도 아니고 이제껏 그래왔다고 생각하니 무언가 잘못되긴 했다. 또 최근 며칠은 머리가 아프다며 아이 앞에서 인상을 잔뜩 쓰고 있던 것도 기억난다. (ㅠ) 그러고선 자는 아이 옆에서 "엄마가 태권도 데리러 가니까 좋지? 엄마가 있으니까 좋지?"라고 물어보는 내가 참... 못났다... 육아휴직 쓰고 집에 있는, 좋은 엄마라고 확인받고는 싶고, 실상은 그렇지 못한 두 얼굴이 느껴진다.
그동안 내가 회사 출퇴근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를 못 보았던 시간을 되돌아보며, 출구 없이 앞만 보고 뛰었구나 싶다. 아이와 함께하는 방법 그리고 교감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무언가 정상적이진 않다. 오랜만에 집에서 아이를 보니 드러나는 것들이다. 멈추니 보이는 것들... 지금도 남편과 이야기하고 새벽 1시 30분, 지금의 이 생각을 남겨야겠다 싶어서 글로 남기고 있다.
그간 나의 표정이나 행동들로 이 아이에게 미쳤던 영향을 생각하니 많이 미안하다.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요즘 내가 하는 못된 행동을 따라 할 때마다 마음이 시큰시큰한데, 이것도 내 업보인가 싶다. 그동안의 내가 남편에게 쏘아붙이는 말투들, 행동들이 아들에게서 보이니 더욱 느껴진다. 다섯 살인 아들이 부모님의 말투를 따라 하고 행동을 따라 한다. 무척 조심해야 할 시기인데... 지난 몇 달간 참 못난 모습을 많이 보였다.
후... 지금이라도 느껴서 참 다행이다. 어렵게 얻어낸 육아휴직, 이 시간은 꼭 필요한 시간이었고, 정말 중요한 시간이구나 싶다. 잘했다. 또 한편으로는 오늘까지도 그 시간을 핸드폰과 노트북을 붙잡고 있었으니 또 반성한다. 그러니까 이제 남은 시간은 조금 더 소중하게,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활용하자고 다짐한다. 전환점이 될 시간들로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