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봐줄 사람을 찾아야 할 때의 시나리오

변수가 하나 둘 섞여 복잡했던 그런 날, 반만 성공했던 그런 날.

by 가나다라봉

재택근무와 아이 등원, 하원을 병행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벌써 열흘 째! 왕복 출퇴근 시간 4시간을 아껴서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니, 좋기도 하고 삶도 정말 많이 편안해졌다.




이번 주 일정 중, 서울에 나가야 하는 약속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만나자고 한 친구들과의 저녁약속이었다. 미리 나의 동생에게 아이 하원을 부탁해 두었다. 오랜만에 서울 나가는 일정이니, 낮시간엔 회사의 현장 업무를 보는 일정도 날짜를 맞춰둔 상태였다. 동선도 나름대로 잘 짜두었다. 함께 보는 사람들이 나의 동선을 배려해 약속 장소를 정했다. 모든 것이 완벽한 것 같았다.


그런데, 동생이 오지 못하게 되었다. 친정집의 강아지가 15살이 되면서 몸이 많이 약해져 병원에 갈 일이 생겼다. 최근에는 병원 입원과 치료를 여러 차례하고 더 예후가 안 좋아 동생이 퇴근해 신경을 많이 쓰던 시기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동생과 함께 자란 반려견이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부디 더 아프지 않길 바랐는데 우리가 약속한 날이 강아지 병원 방문 일정과 겹치게 되었다.


그 결정은 하루 전 이루어졌기에 빠른 대응이 필요했다. 우선 남편은 요즘 바쁜 일정으로 일찍 나오기 어렵다고했다. 하루 전날이니 부탁을 할 수 없기도 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부탁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아이와 잘 놀았던 친구 엄마에게 부탁을 해야 하나? 아니면 유치원 같이 등하원 하는 옆 동 엄마에게 부탁을 해야 하나? 고민을 잠시 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서울 다녀오면 시간이 늦어질 것 같고 남편이 데리러 가기엔 어색한 사이라 내려놓았다.


그럼 다른 방향으로 전환해서, 오후 시간대 아이를 데리고 이동해 볼까? 일정을 아이와 보내볼까? 생각도 잠시 했다. 아이가 5살이니 이제 엄마 옆에서 제법 의젓하게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을 하는 곳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나는데 또 아이를 데리고 가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기 어렵겠지 싶었다. 요즘 아이는 귀를 쫑긋하고 엄마 하는 이야기를 다 듣기 때문이다. 이것도 좋은 결정은 아닌 것 같았다.


양가 부모님은 일을 하시기도 하고 우리 집까지 오려면 1시간 30분 이상이 걸리기에 평일에 하원시간 맞추긴 어렵다. 부지런히 오신다 하더라도 또 저녁에 챙겨드리고 모셔다 드려야 하는데 그 부분도 쉽지 않아 보인다. 남편도 그건 마음이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우리 언니를 떠올렸다. 언니는 두 아들을 키우고 있고 집에서 아이를 케어하고 있다. 그런데 돌 안된 아기를 키우고 있기에 아이를 맡기는 것이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으로선 비빌언덕이 언니뿐이니 살짝 말을 꺼냈다. 또 언니네 집은 서울이기에 일정에도 무리 없는 동선이기도 했다. 언니는 나의 사정을 듣고는 아이를 집에 데려다 두고 일정 보고 오라고 한다. 고마운 마음 그리고 육아 내공이 있어 어쩐지 더 의연한 모습이 느껴졌다.


그렇게 하루 전 날 다시 약속을 맞추어두었다. 나는 아이 유치원에서 빨리 하원, 픽업해서 자차로 언니네 집에 간다! 약 1시간 거리 운전을 해 아이를 맡겨두고 언니네 집에 차를 주차해 둔다. 그리고 나는 지하철로 현장에 방문하고 약속장소로 간다! 저녁까지 먹고 다시 언니네 돌아와서 차를 끌고 집으로 간다!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남편은,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면 약속을 미루거나 현장에 나가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리고 애초부터 약속을 그렇게 잡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 해결에 도움도 주지 않을 거면서 이미 잡아놓은 일정으로 나무라는 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실 난 그 처음부터 기존 상황을 바꾸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하지 못한다면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보고 그럼에도 안되면 때 일정을 바꾸는걸 고려한다. 내게 있어 일정을 바꾸는 건 차차선이었다. 나름 맞추어둔 일정이고 아이 하원, 봐줄 사람만 있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기어코 기존 일정대로 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성공했을까? 완벽한 하루였을까? 스스로를 돌아보면, 그렇지는 않다. 아이를 빨리 하원시켜 언니네 데려다 두고 현장에는 무사히 왔는데... 현장의 이슈를 변수로 생각하지 못했다. 2시간 정도면 보고 저녁 장소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현장에 묶여있었다. 내가 저녁을 안 먹더라도 늦게라도 가려고 했는데 다들 일찍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결국 보지 못했다. (ㅠ) 결국 내 도끼에 내 발등 찍힌 게 이런 걸까. 시간 효율적으로 쓰려다가 결국 다 못채운 꼴이였다. 더군다나 오늘의 이슈는 저녁 약속부터 시작된 것인데 결국 친구들을 못 만나고 전화통화로 만남을 대신한게 아쉽고 미안하다. (ㅠ) 일정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방향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남편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리고 일정을 무리하지 않게 고려해도 좋았을 것 같다. 저녁 10시 아이를 픽업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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