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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나다라봉 Mar 16. 2024

[가] 정규직 전환 그리고 임신도 했다.

업무 고군분투 후 적응! 안정적인 시즌이 되었다.

결혼 후 퇴사 그리고 갑작스럽게 입사하게 된 회사, 맡게 된 새로운 역할의 프로젝트.




입사하고 1주일 만에, 정말이지 내가 이렇게 무능한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3개월 계약직이었는데, 프로젝트 기간이 연장되지 않았더라면... 노력과 무관하게 퇴사를 권고받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스스로 무척이나 괴로웠던 시기다. 1명이 3~4명의 역할을 해내는 작은 조직에서 그저 나의 소박한 꿈, '디자인한 공간을 실제로 만들고 싶은!' 그 마음 하나로 일을 덥석 시도하다 보니 마음처럼 안 되는 일이 많았다. 함께 일하게 된 대표와 디렉터의 직접적인 컨펌 과정에서 줄타기를 하느라 여러 번 시안을 고치고 새벽까지 업무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다행인지 프로젝트 일정이 연장되어서 6개월간 하나의 프로젝트와 씨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3개월 동안 내가 벌려놓은 '삽질'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 과정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눈물 콧물 빼며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챙기고 또 챙겼다. 공간디자인뿐만 아니라 행정적인 보고와 문서 작업까지 맡아 어느샌가 기관 발주처 담당자와도 직접 소통하고 있었고, 내외부 피드백으로 인한 기획 변경이 잦아 그 모든 역풍을 온몸으로 막아야 했다. 공간디자인과 설계를 계속 추가하고 변경했기에 시공하는 팀도 무척 곤욕스러웠을 텐데, 지금 생각해 보면 베테랑 팀들이었기에 실무를 모르는 나의 빈틈을 채워주었다고 느낀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우여곡절 끝에 6개월 만에 전시관 공간 오픈이 되었고, 나의 업무도 마무리되었다. 동시에 나의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디자인과 현장 시공이 이루어진 프로젝트가 완성된 것이다. 보람이 느껴졌고 잘 마무리했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회사에서 진행되는 다른 프로젝트 건 추가 업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 계약직으로 해당 프로젝트 종료와 함께 나의 근로계약도 종료인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래도 전시공간 오픈까지 잘했으니, (다행히) 또 다른 프로젝트에도 투입될 수 있었다.


정규직 계약을 한 후에는 공간 디자인 업무가 물 들어오듯이 쭉쭉 들어왔다. 회사 내 공간을 오픈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많았다. 그 규모는 다양했기에 기획부터 함께 참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기획이 모두 끝난 상태에서 제작할 건만 딱 맡아서 진행하기도 했다. 처음 손발을 맞춰 우여곡절을 함께했던 목공소 사장님께 계속 의뢰했고 한 번, 두 번 나의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다 보니 어느새 시공과 제작에 대한 디테일을 이해하는 공간 디자이너가 되었다.


 당시 회사에서는 나의 업무를 함께 하는 직원은 없었고, 독립적으로 일을 했기에 모든 공간프로젝트는 나의 손을 거쳤다. 물론 그 과정에서는 디렉터와 대표의 피드백이 있었기에 그 의견도 충족하며 나의 일로 몰입할 수 있었다. 여럿 프로젝트를 빠른 호흡으로 경험하다 보니 '어, 나 쫌 만드는 거 좋아하네?' 싶은 마음과 자신감도 생겼다. 그렇게 회사 내에서도 업무와 소통이 익숙해지고 예상이 가능해지니 마음의 여유도 생겼을 시기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남편 이야기를 쓰지 못했는데 나의 고군분투 시기동안 묵묵히 기다려주었고 때로는 안타깝게 나를 지켜봐 주었다. 새벽 4시에 집에 들어왔다가 2시간 자고 7시에 다시 출근한 적도 있고 야근, 철야를 밥 먹듯이 하면서 버티는 것을 보고 매일 괜찮냐는 물음이 끊임없었다. 동시에 남편은 나를 보며 '일을 왜 이렇게 열심히 하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한창 신혼 때 만사 내팽겨두고 일만 했으니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하다.(이제 이해가 된다.)

새벽에 퇴근해서 쇼파에서 매일 이렇게 자고 있었단다. 남편이 번데기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ㅎ)


그러던 중 입사하고 1년 5개월 차, 한창 업무로 바쁜 어느 가을날 임신을 확인했다. 임신 계획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막상 임신이라니 엄청 기쁘다기보다는 괜스레 남아있는 프로젝트도 걱정되고 마음만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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