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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나다라봉 Mar 20. 2024

[나] 임신, 괜찮은 줄 알았는데 뒤통수 씨게 맞았다.

겪어보지 못한 통증을 맛보았다.

임신 5주 차, 빨리 임신 사실을 확인을 했기에 회사에도 9주 차 즈음 알렸다. 프로젝트가 워낙 많기도 했고 임신 초기 졸음이 쏟아져서 업무 집중도가 흐려지던 시기였다. 더군다나 신혼집과 회사까지는 대중교통으로 편도 1시간 20분 정도의 거리, 지하철 환승 2번과 버스 환승 1번이 포함된 출퇴근의 여정이었다. 일찌감치 임산부 배지를 달고 노약자석을 찾아다녔다. 초기에는 입덧이 걱정되었는데 생각보단 괜찮았고 출퇴근 중 어지러움증이 돌 때는 주저앉아 심호흡을 크게 몇 번을 하고 물을 마시며 다녔다. 입덧보다는 먹덧이었는지 배고픔이 오면 극도로 기운이 빠져서 항상 주머니에는 초콜릿이나 간식을 챙겨 다니곤 했다.


임신 초기 심한 증상은 없었지만 피로감이 많이 느껴져 단축근무를 신청했다. 재직 중인 회사에서 여자 직원의 1호 임신이었기에 단축근무 신청 서식부터 지원제도까지 찾아서 팀장과 대표에게 전달했다. 다만 업무는 줄어들지 않아 사실 제시간에 퇴근하기란 어려웠던 것이 함정이다. 그렇게 12주도 훌쩍 지나갔다. 특히 엄청 바쁜 시즌이라 미술관과 전시관 세 곳을 돌며 공간 실측과 전시 가구 제작을 감리해야 했고, 전시 설치 중 시트를 직접 붙인다거나 적절히 할 수 있는 일들은 마다하지 않고 진행했다. 임신 초기는 육안으로 임신이 확인되지 않는 시기라 굳이 발주처나 외부 협력사에게 알리고 싶지도 않았다. 회사에서도 임신을 티 낼 일 별로 없었는데, 한창 오픈 앞두고 모두가 야근 철야가 많은 시기에 저녁 8시쯤 택시 타고 퇴근을 배려(?) 받기도 했다.


임신 기간 중 현장에서의 몇 안되는 사진!


걱정했던 전시 프로젝트 3개도 잘 오픈하고 임신 그래도 괜찮네, 일도 할만하네 싶을 즈음 임신 15주에 이벤트(임신 중 일어나는 어떤 사건을 말한다)가 찾아왔다. 여느 때와 같이 잠을 자고 있는데 극도로 콕콕 찌르는 허리 통증과 배 통증으로 인해 잠에서 깼다. '와? 이거 뭐지' 싶어서 아침 7시에 산부인과에 전화해서 너무 아픈 데 가도 되냐고 전화까지 할 정도였다. 분만실이 있는 병원이었기에 전화가 가능했고, 병원으로 오라는 말에 아픈 배를 부여잡고 병원 첫 타임 진료를 받았다.

진료 내용을 작성하기 전에 먼저 이 이야기를 꺼내야겠다. 나는 임신 전부터 자궁근종이 있던 산모다. 여러 산부인과를 다녀보고 근종수술을 하지 말고 임신준비를 해도 괜찮다는 소견을 받고 자연임신을 준비했었다. 통증의 원인은, 임신 전 5cm였던 자궁 근종이 12cm가 되었고 그 근종 내부에서 괴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태아는 전혀 문제없고 잘 자란다고 했다. 사실 태아가 가장 많이 걱정되었는데, 그 부분은 다행이었다. 하지만 태아가 무사한 것과는 별개로 엄마는 계속 아플 수 있다고 했다. 자세히는 기억 안 나지만 임신하면 자궁 쪽으로 혈류가 많이 모이는데 그 때문에 태아도 성장하고 근종도 성장하고, 임신 주수가 지나면서 태아가 더 영양분을 더 많이 흡수해서 상대적으로 근종에 도달하는 혈액이 줄어들어 괴사가 된다고 했다. 일단 아픈 상태에서 정신줄 부여잡고 들은 내용이라 이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근종이 커졌고 괴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의사가 초음파로 확인을 해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아플 수 있으니 또 아프면 입원할 준비를 하고 오라고 하는 말을 마지막으로 진료는 끝났다. 임신 중 먹을 수 있는 진통제 처방과 함께.


임신 무사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던 그 시기, 출산까지의 그 시간이 까마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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