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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나다라봉 Mar 23. 2024

[나] 임신 중기, 상상하지 못한 아픔에 까마득했다.

크리스마스, 연말을 병원에서 보내게 될 줄이야.

임신 15주 차에 자궁근종 괴사로 인한 근종통을 맛보고, 살면서 이런 아픔은 처음이었기에 겁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앞으로 더 아플 수 있다고? 오늘도 너무 아픈데? 이거 괜찮은 건가?' 태아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지만 이대로 출산까지 남은 20주~24주를 어떻게 보내지 싶어서 앞이 깜깜했다. 그 이벤트를 겪은 후, 다음 달 예정되어 있던 태교여행은 바로 취소했다. 난 도저히 갈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가서 아프면 여행이고 뭐고 답이 없겠다 싶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하루하루를 부디 괜찮길 바라며 보냈다.




내 마음과는 달리, 18주 그러니까 3주 후 다시 그 고통이 스멀스멀 찾아왔다. 그래도 아플 것을 예상했고 태아는 괜찮다고 하니까 엄마인 나만 버티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근무는 이어갔다. 처방받은 약도 먹지 않았다. 그 와중에 비교적 업무가 없는 연말이었기에 입원을 하더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크리스마스 연휴가 있는 주말까지 버틸만해서 미리 예매해 둔 연말공연도 보러 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연말 공연날 당일, 지난 아픔처럼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진짜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은 그런 아픔이었다. 통증이 태아에게 큰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지만 오랜 시간 통증이 이어지면 자궁 수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기에 무작정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예정되어 있던 공연은 너무 보고 싶었고, 마치 최후의 만찬 같은 느낌으로 이 공연만 보고 병원을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통증을 안고 공연을 보려 하니 좀처럼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혼자 들썩들썩 공연장에서 나갔다가 막간 쉬는 시간에 들어가기도 하고, 공연에 집중이 안되어 너무 아쉬웠다. 어찌저찌 최후의 공연을 보고 나의 운명을 안 듯, 차분히 입원할 채비를 갖춰 병원으로 향했다.(;;)


크리스마스는 병원에서, 아이 목도리를 뜨며 보냈다. 나름 빨,초 컨셉 사진


그렇게 크리스마스 연휴, 그리고 회사에서 공통으로 주어지는 연말 휴가 5일마저 병원에서 자궁수축억제 주사를 맞으며 보냈다. 링거를 맞아도 내 통증은 그대로였다. 그 링거 수액은 태아의 자궁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성분으로 나의 고통을 줄여주는 기능은 아니었다. (ㅠㅠ) 더군다나 딱딱한 병원침대가 나의 통증을 더 강화시켰다. 밤새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결국 참지 못하고 진통제 처방에 대해 문의했다. 그동안 약을 안 먹고 버텨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눈 질끈 감고 진통 주사 정량의 1/2만 맞춰달라고 부탁했다. "일단 내가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강했고, 입원 3일 만에 진통제 1/2를 맞고 겨우 깊은 잠에 들었다.


이 시기에 산부인과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자궁수축 억제만 할 뿐... 그리고 정말 최악의 경우 출산이 가능한 시기까지 병원에 있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제발 그것만은 아니길 바랐다. 그건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이 고통이 계속 있다면 앞으로 남은 임신 기간이 너무 괴로울 것 같았다. 그 와중에 회사에서 홀로 맡고 있는 나의 업무에 대한 걱정도 많았고, 출산 전까지 해야 하는 일들이 머릿속에서 하나둘씩 스쳐 지나갔다. 남편은 지금 이런 상황에 우리 태아와 산모인 내 몸이 더 중요한 건데,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나무랐지만 사실 나는 일 걱정도 많았다. 해가 바뀌면 병원에서 탈출할 수 있기를 바랐고 우리 아이 무사히 출산하길 바랐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이 정상적인 수순으로 진행되었으면 했고, 출산을 기다리는 그 시간에 내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어쩌면 정말 일반적인 바람이지만 입원 5일 차 넘어가니 간절한 그런 마음생길 수밖에 없었다.


입원 당시 기록, 맞춤법 띄어쓰기는 눈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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