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잘 전달하는 것은 별개다
부록, 가나다라봉의 글쓰기 시간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나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누구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 나의 기록과 자취를 남기는 데에 있다.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는 읽는 사람이 공감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런 마음이다.
내 머릿속의 생각을 그리듯이 글을 쓸 때도 있고, 아무 말 대잔치일 때도 있고 그렇다. 글 쓰기를 배운 것도 아니고 육하원칙이나 그런 것도 고려하지 않는다. 하나의 메시지로 시작해서 여러 개로 파생되기도 하니 기승전-아무 말 대잔치 또는 급히 내린 결론정도로 정리되는 것 같다. (ㅎ) 아무렴. 내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실 이 상태는, 말로 해도 똑같다.
내게 글쓰기는 그런 것인데, 목적이 있는 글쓰기는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읽는 사람을 고려해서 글을 써야 한다. 거창하게 말하면 UX라이팅. 고객과 상사의 안목을 고려해 글을 써야 한다. 나름대로 메일과 메신저에 공지글을 올릴 땐 여러 번 쓰고 다듬는다고 하는데도 게시하고 나면 수정할 것이 보인다. 오탈자가 있는 경우도 있고, 문맥이 어색한 경우도 있고, 적절한 강조가 없어서 구구절절 쓰여 있기도 하다.
디자이너로 그저 그림과 시안으로 소통하다가, 글로 공유하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림보다 글이 좋다며 글을 쓰고 있는데, 전달하는 글쓰기는 여전히 어색하다. 유독 회사로부터 많이 듣는 피드백, "글이 너무 길다. 무슨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안 읽힌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안은문장을 쓰지 말라"는 조언을 받기도 했다. 또 내가 쓴 글을 해석하느라 몇 분을 소비했다는 한탄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이야기해 주는 사람은 사실 몇 안되는데 오죽하면 이야기를 해줄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 뭐 어찌 되었든 글로 전달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글이 잘 해석이 안된다면 내게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닌가? 본래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집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형식이나 태도를 지적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진 않다. 나도 항상 읽는 사람을 고려할 수는 없다. 나도 나름대로의 의도를 가지고 쓴 것이고, 서로 다른 형식과 틀 안에서 해석하다 보면 오해가 있을 수도 있는데, 그걸 마치 (읽는 사람) 자신의 틀에 맞지 않는다고 투정 부리는 것만 같다.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아 궁금하다면 짜증 내지 말고 물어보면 된다.
또 한편으론 내가 글을 그렇게(읽기 어렵게, 의도가 드러나지 않게) 쓰나 보다 생각하는 계기도 된다. 조금 더 노력하자면, 내 생각을 명확히 전달할 것. 글로 꼭 전달할 일이라면 구체적으로,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ps. 재택근무가 어려운 이유. 글로 소통하는 게 생각보다 꽤 시간이 걸리는 부분인데, 조금만 오해가 생겨도 커질 수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