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는 하루를 쪼개 쓰지 못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24시간을 그저 큼직하게 토막 내 사용했을 뿐이다. 자거나, 일하거나, 핸드폰 보거나...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이슈'가 있으면 그 24시간은 그 일에 잠식당했다. 진짜.
특히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나'의 삶보다는 '일'에 매몰되었던 날이 전부였다는 것. 지금 생활을 빗대어 보면 정말 하루에 하나의 이슈로만 전전긍긍 거렸구나 싶다. 재택근무로 회사의 업무를 하루 2시간 정도 볼 때가 있는데, 그 2시간을 위해 3~4시간은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걱정하고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니, 그러면 4시간 업무 한 거지!!' 결국 다른 일도 제대로 못할 거면서 머리로만 일하는 습관 정말 별로라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이것만 봐도 알겠다 싶은 나의 직장인 시절. 예를 들면, 다음 주 월요일에 중요한 발표가 있다고 하면, 그전 주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 걱정의 결론이 누군가에게 도움받아서 해결하려고 했으면 좋았겠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남아있는 시간에 오롯이 내가 해낼 일, 해야 할 일에만 몰두하며 집중했다. 퇴근해서도 머릿속에 온통 PPT 슬라이드의 구성이었고, 내일 회사에 출근해서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니 다른 일들은 다 제쳐두는 게 일상이었다. 아침밥보다는 잠을 선택했고, 청소는 주말에 몰아서 하고, 아침에 씻고 나갈 준비하는 것도 최소한의 것만 했다. 화장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저녁에도 남편과 아이를 보며 진심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영혼은 회사에 놔두고 온 사람처럼 껍데기만 앉아있었다.
과거의 나의 모습을 제삼자의 눈으로 보다 보니 참, 매력 없다. 지금은 그때보다도 훨씬 많은 일을 끝내고 해결하고 있는데 말이다. 특히, 정말 시계를 많이 보게 되었다는 것이 사소하지만 큰 변화이다. 일을 할 때는, 출근하고 점심시간까지 앉아서 일하고, 점심부터 퇴근까지 일하고 어쩌면 딱 세 단락으로만 구분되었는데, 지금의 시간은 참 다채롭다. 아침에 등원 후 할 수 있는 일도 2~3가지 그 이상이고, 오후에도 '1시간 동안 이것을 하고, 그다음엔 이것을 하고 그리고 아이 하원 픽업 가야겠다!'처럼구체적으로 시간 쪼개기가 가능했다. 집안일도 몰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지 오며 가며 가볍게 5분만 투자하면 될 일도 많았다.
특히, 5월은 행사도 많고 엄마로서 챙길 것이 많은 달! 어버이날, 스승의 날, 어린이날 그리고 5월 중순에는 아이 생일! 이런 행사나 기념일마다 답례품이나 선물 등을 챙기곤 했는데, 일을 할 때는 그저 쿠팡 주문할 시간이 있으면 다행이고 그조차도 일정을 못 맞추면 다이소로 달려가거나 집에 있는 것으로 때우곤 했다. 미리미리 못 챙겨 당황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첫 워킹맘 1년 차는 아예 못 챙기고 뒤늦게 아차! 한 적도 많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하나둘씩 챙길 수 있으니 정말 좋다. :)
이번 주 유치원에서 어린이날 기념 포트럭파티를 한다고 해서 코스튬도 준비하고 간식도 준비했다. 미리 주문한 아이 몸에 맞는 옷, 그리고 함께 만든 간식 도시락을 보내니 마음이 한결 뿌듯하다.
아침 8시, 갓 구운 식빵을 빵집에서 구매하고! 야채를 구매해서 가장 신선할 때 요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