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나다라봉 Sep 26. 2024

육아휴직 끝, 뭐 할 건데요? 다섯 시간 근무합니다.

아이 47개월 두 번째 육아휴직, 이전처럼 돌아가는 건 의미 없다

3개월의 육아휴직은 끝났다. 7월까지 휴직이었고 8월의 거취를 고민했다. 그 시간 동안 스스로를 객관화해 보았고, 그래서 지금 무얼 선택해야 할지 스스로 마음을 정해야 했다.


첫 번째, 육아휴직을 결심해야 했던 그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똑같은 상황에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려고 휴직한 게 아니다. 그리고 그때의 나, 지금의 나는 다르다. 가장 큰 변화는 타인을 의식하기 전에 스스로의 생각을 더 묻게 되었기에 분명 이전과는 다른 삶을 만들어나갈 마음가짐 준비한다.


두 번째, 스스로의 마음 챙김을 위해서라도 일 꾸준히 해야 한다. 하지만 무슨 일을 어디에서 할지는 전적으로 나의 판단이며, 우리 가족을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 일에 매몰되는, 주객전도되는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일'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에게 물었던 시간이었다.


세 번째, 신에 대한 메타인지가 되었으니 주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막연히 지금 상황이 힘들다고만 생각했지 솔직히 뭐 하나 제대로 시도한 게 있었나? 육아휴직이 그중 적극적으로 결정해서 이뤄낸 시발점이었다. 그 한 번의 시도를 시작으로, 그저 불만 많은 어른이었던 스스로의 모습이 멀찍이 그려진다. 평일에 9시간 그 이상 회사 업무에 몰입하고 왕복 4시간을 쓰면서 월 300만 원 +@를 버는 상황, 이 것이 경력 N연차의 시간 활용법이 맞나 싶기도 하다가도 막상 이 월급이 없으면 돈이 나올 곳도 없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도망칠 구멍도 없더라. 또 관점을 달리해서 내가 사업을 한다면? 월 300만 원은 고사하고 100만 원 벌 준비도 안되어있다.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는 정말이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low risk low return)이다. 사업 경영에 대한 위험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는 만큼,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활용의 자율성도 낮다. 동시에 시간 통제력도 낮다.


그렇다. 뭐 하나를 얻으려면 포기할 것도 생기는 법. 육아휴직이란 게 그렇다. 근로자 신분으로 육아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면 돈을 적게 버는 길을 택한다. 육아휴직 끝나고 복직을 고민하면서 주 25시간 근무를 선언했다. 주 하루 5시간 근무와 왕복 4시간이 그대로기에 나로서는 아주 쓰디쓴 결정이다.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시간을 길바닥에 버리는 꼴이니까 말이다.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필요하다면서 돈을 적게 버는 결정을 한다. 사업주 관점으로는 이것이야 말로 멍청한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도 나의 시간을 지키려 한다. 난 지금 사업주도 아니거니와 타인의 결정에 흔들릴 이유도 없다.  왜냐하면 지금은 아이와 있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 요즘 커리어 시장을 보자. 근로자로서 경력을 열심히 쌓든, 자신만의 브랜딩을 개발하는 1인 창업자가 되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몰입해야 하는데, 양육 워라밸을 챙기려는 마음으로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달라고 하고 싶지 않다. 내가 만약 그 경쟁의 대열에 올라서면 양육에 대한 그 기회비용만 더 높아질 뿐이다. 아이를 어딘가 맡겨야 하고, 아이 교육에 대한 사교육비를 더 신경 써야 하고 상대적으로 정서적으로 교감이 낮은 아이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에 가족의 스트레스를 감당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만들어진 발판 위에서 적당히 할 일 하는 근로자로, 더 마음 평온한 엄마로, 아내로 살아갈 결정을 한다. 동시에 시간을 주체적으로 쓸 수 있는 '내 인생의 사업주' 같은 마인드를 차곡차곡 심어나갈 것이다. 다시 더 넓은 대지로 나아가기 위해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하겠다. 하루하루 숨 고르기에 집중하자. 궁극적으로는 엄마로서, 아이를 양육하며 경쟁 대열에 오를 수 있는 주체적인 판을 다시 짜고 싶다. 그러니 조급하지 말자. 나의 아이랑 살아갈 날이 아직은 더 남아있으니까!




3개월 전 육아휴직을 마주하는 글은, <유치원 간 아이, 휴직한 엄마> 매거진에서 만날 수 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