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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솔송 Jan 23. 2022

애 둘 낳은 엄마의 신생아 관찰일지

소리, 냄새, 힘 


날마다 포동포동 살이 찌는 내 새끼를 내 손으로 씻기면서 

날로 굳세고 아름다워지는 몸을 보면서

느낀 사랑의 기쁨을                                                                                                                  

무엇에 비길까.





박완서 작가님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라는 책에  나온 구절이다. 첫째 때는 이 사랑의 기쁨을 잘 알지 못했다. 밀린 숙제처럼 키우기 바빴다. 첫 아이를 미국에서 연고지 없이, 남편과 단둘이 키웠다. 특히  통잠 자는 100일 되기까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기분으로 살았다. 아기가 예쁘다는 말은 둘째를 낳고 나서야 이해되었다. 신생아가 주는 태생의 성스러움 느낀다. 



신생아의 특이점을 소리, 냄새 힘 기타로 나누어 보았다. 




첫 번째  - 소리

세상에서 제일 어린 울음, 세상을 향한 첫소리, 신생아 울음소리이다. 배고프거나 기저귀 갈기 싫다고 악 쓰며 우는 소리에 생명의 힘 느껴진다. 살고자 하는 삶의 의지가 강렬히 느껴진다. 





이 강렬한 소리가 사람을 미치게도 만든다. 

얼르고 달래도 멈추지 않고 운다. 기차소리처럼 지속되는 울음소리에 예민해진다. 울음 속 고음 주파수가 귀와 정신을 때리기 시작한다. 들을수록 날카로워진다. 몸에 있는 모든 세포를 신경질, 불안, 초조 짜증으로 바꾼다. 온전한 정신은 몸에 남아 있지 않는다. 스트레스가 증폭되어 어깨를 짓누를 때의 참담함. 육아는 내 체질이 아닌, 남의 체질이라며 되뇐다. 씻을 때, 머리 말릴 때 등 울음소리 환청 들리는 건 덤이다. 





신생아도 모르게 내는 다양한 소리 무늬가 있다. 컹소리. 그르렁 소리. 새소리. 쇳소리.


 

여자아기는 새소리 같이 하이톤이다. 첫째 리아가 악쓰며 울 때,  옆집에서 신고 들어오는 건 아닌가?라고 걱정 한 적 있었다. 성대를 떨면서 얼레레레 라고 우는 모양새가 신기했다. 산후조리를 도와주러 온 여동생과 함께 리아의 목구멍을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었다. 자고 있을 때 컹소리, 그러렁 소리를 냈다. 





둘째 리오는 남자 아기여서 톤 자체가 낮고 쇳소리가 났다. 악을 쓰며 울 때 들을 만했다. 리오 모유 수유할 때, 꼴딱 꼴딱 모유 넘아가는 소리가 크게 났다. 남편은 나에게 물 마시냐며 물어본 적 있었다. 리오의 꿀떡 소리는 ASMR을 찍을 만큼 방을 가득 메웠다. 모유 먹을 때, 힘을 세게 주어서 방귀를 많이 뀌었다. 펑펑 방귀와 함께 두두두두 오토바이 방귀까지. 처음 들었을 때, 옆에 있던 첫째 리아가 뀐 줄 알았다. 리아 신생아 때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다. 





두 번째 - 냄새


여름에 태어난 아들 리오는 땀이 많이 났다. 그 덕에 정수리에서 냄새가 났다. 매일 씻어도  땀 냄새가 났다. 리아 때 느껴보지 못한 어른 냄새. 무향의 샴푸를 써서 그런지 씻어도 약하게 땀냄새가 났다. 향이 강한 아기 샴푸가 왜 있는지 이해가 되었다. 생후 5개월 차 리오는 겨울을 맞이하여 땀이 안 난다. 냄새가 안 난다. 

아기 로션과 기저귀에서 나는 냄새를 아기 냄새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세 번째 - 힘 

모유 먹을 때 힘을 많이 준다. 그 힘으로 먹다가 똥을 싸기도 하고 토하기도 한다. 

손으로 옷자락을 잡아 힘자랑한다. 리아 때는 바로 못 잡았었는데 힘쎈 리오는 손으로 잡기 시작한다. 

기저귀를 채우기 위해 엉덩이를 살짝 들다가 똥이 발사되어 아버님 어깨에 맞은 적도 있었다. 

순간 발사되어 날아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뱃속 힘이라는 게 대단하다. 




네 번째 - 기타

남자 아기는 생식기 구조상 소변을 발사를 한다. 기저귀 갈 때 얼굴에 맞은 얘기, 어깨에 맞은 얘기 각기 다양하다. 기저귀로 중요 부위를 가린 뒤 빛의 속도로 갈아준다. 자라면서 기저귀 갈 때 오줌 싸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인생 5개월 차 리오는 신생아 시기가 지나갔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자 내 인생 마지막 신생아 시기. 

 처음 맞이한 신생아 시기 때는 당황스럽고 모든 게 서툴고 힘들었다. 제대로 잠 못 자서 하루 종일 멍하니 있었다. 망망대에 혼자 표류하는 느낌. 나 혼자만 고생하고 있다는 외로움과 서러움. 평생 이렇게 육아가 지속될 것 같은 절망감에 하루가 짓눌렸다. 



두 명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단호하게 얘기해줄 수 있다. 아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통잠을 자고, 수유 텀도 조금씩 늘어나면서 엄마의 시간과 여유가 생긴다. 신생아의 고비는 넘어간다. 

출산한 엄마들에게 힘내라고, 잘하고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별처럼 반짝이는 이  찰나의 순간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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