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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솔송 Dec 28. 2021

바라보다

그의 이야기 - 둘째 리오

12월, 피카소의 청색으로 가득 찬 새벽. 리오의 울듯 말듯한 소리에 깼다. 리오는 뒤척거리고 있다. 아침이어서 배가 고팠을 텐데 크게 울지 않고,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다. 잘 잤냐고 인사하고 기저귀 먼저 갈아준다. 모유 먹고 다시 잠들기에, 새 기저귀로 바꾸고 수유한다. 




리오 기저귀 갈면서 목에 연하게 있는 연어반 보인다. 연어반은 영어로 birth mark 하며 출생 점이다. 왼쪽 팔에도 연어반의 빨간 점이 찍혀 있다.  




남편은 웃음이 많은 리오에게 ‘해피 보이’라고 부른다. 리오를 안고 깜빡 존 적이 있었다. 고개를 떨굴 때마다 리오는 까르륵 웃었다. 임신 중 힘든 일을 많이 겪었는데도, 아픈 곳 없이 잘 자라 주는 리오가 고맙다.




모유 먹고 난 뒤, 배가 부른 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눈꺼풀이 아래로 떨어진다. 리오는 새근새근 잠들었다. 리오의 가슴이 조금씩 부풀었다 꺼졌다 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리오를 낳고 병원에서 퇴원하기 전, 간호사분께서 심장 뛰는 소리 다르게 들린다고 했다. 심장검사 했고, 판막열려 있다고 했다. 아기들이 태어날 때 판막이 닫혀서 태어나는 아기가 있고, 열려서 태어나는 아기가 있다고 했다. 리오는 후자였다. 다행인 것은, 자라면서 판막이 닫힌다고 했다. 걱정하지 말라면서 담당 의사 선생님 오셔셔 안심시켜주셨다.



수유쿠션에 잠든 리오를 살며시 침대에 눕혀 놓는다. 




리오의 다리가 알파벳 O 모양처럼 휘어있다. 아기들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잠자는 자세다. 역아(다리가 자궁 쪽으로 있는 아이)로 태어난 리오는, 고관절에 문제 있을 확률이 높았다. 생후 100일쯤에 초음파 검사 권유받았었다.




소아과에서 알려준 병원으로 전화 했으나, 그 병원은 어린 아기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다시 소아과에 연락했었다. 소아과에서 다른 병원 알려주었고 거기다가 연락 했었다. 새로 알려준 병원에 예약하기 위해, 소아과 서류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시 소아과에 전화해 서류 보내달라고 부탁했었다.




혹시 고관절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초기에 알면 수술 없이 치료가 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다. 소아과에서는 차트를 보냈다는 말만 반복했다. 고관절 병원에서는 서류가 덜 왔다고 해서 결국 남편은 소아과에 직접 찾아갔다.



소아과에서 보내야 하는 서류가 의사 소견서와 리오 정보였는데 의사 소견서가 누락 됐었다. 3주라는 시간 흘러서야 예약할 수 있었다. 




예약 해서 간 곳에 초음파 검사를 했다. 역아여서 혹시 하는 마음에 애간장이 탔었다. 검사할 때, 초음파 기계로 리오 엉덩이 고관절을 눌렀다. 불편했는지 많이 울었다. 쪽쪽이 물려보아도 소용없었다. 그렇게 한바탕 울고 난 뒤, 결과는 정상이었다.





침대에서 곤히 자던 리오는 핸드폰 진동소리에 살짝 잠이 깼다. 졸린지 오른손으로 자동차 와이퍼처럼 이마 문지르고, 왼손은 자기 머리 쥐 뜯기 시작했다. 본인도 모르게 움직이는 모습 익살스럽다. 스와들업에 들어가 있는 리오의 발이 올라갔다 내려온다.




태어났을 때 모로 반사가 심해 속싸개 싸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바디슈트를 입고, 속싸개 했었는데 온몸에 땀띠가 났다. 땀띠가 나서 로션을 잘 못 말라 주었는 데다가 아기 바디워시의 세정력이 셌는지 피부 건조해졌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분크림 발라주었는데 효과가 없었다. 거칠 거칠하니 아토피 전 단계인 것 같았다. 생후 6개월 이후에도 피부 문제가 있으면, 아토피라고 하던데 빨리 잡아야 될 것 같아 마음이 바빴다.




같은 해 아이를 낳은 여동생의 추천을 받아 크림 주문했다. 발랐더니 속 건조가 싹 잡혔다. 속 건조를 잡았더니 이제는 침독이다. 침 많이 흘려 입 주변에  침독이 빨갛게 올라왔다. 낳는 방법은 침을 잘 닦아주고, 보습을 잘해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더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다. 



리오는 140 지나자 통잠 자기 시작했다. 정말  것 같다. 모유 먹어서 그런지 통잠 자는 시기가 늦게 왔다. 한 번씩 새벽에 일어나지만, 시간 지날수록 더 잘거라 믿는다. 




다시 잠들었던 리오가 본인도 모르게 뒤집었다. 울음소리가 들린다. 인생 5개월 차 리오는 뒤집기 굴레 빠져있다뒤집어져서 울고, 똑바로 놔두었다고 울고, 계속 운다아기의 울음소리는 환풍기 켰었을 때나, 음악 들을 때 등 환청으로 자주 들린다. 우는 리오를 잘 토닥여 준다. 리오는 고개를 옆으로 뉘이고 다시 잠 들었다.

 



모든 걸 맞긴체 잠 든 리오를 바라본다. 

귀한 생명의 손을 잡게 되어 감사하다.

우주를 뒤흔들고 있는 뜨겁고 작은 나의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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