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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솔송 Nov 24. 2021

그녀의 이야기

첫째 리아


남편의 알람 소리를 주워 담기 전에 리아가 먼저 눈을 떴다. 안방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리아. 공 핸드폰을 가지고 와 동요를 틀어달라고 한다. 핸드폰에서 유튜브를 켠다. 동요라고 검색을 한다. 여러 영상들이 뜬다. 리아는 

"위로~ 위로~ 아래~ 아래~."

라고 얘기한다. 본인이 원하는 영상을 고른다. 틀었는데 맘에 들지 않으면

"다른 다른"

이라고 얘기한다. 평상시에 말을 잘하지 않는데, 유튜브 틀어달라고 할 때만큼은 신나 있다. 뻐금 뻐금 금붕어처럼 움직이는 입모양에 피식 웃음이 난다.



구미에 맞는 영상이 시작됐다. 핸드폰 화면을 끈다. 까맣고 납작한 핸드폰이 리아 손에 쥐어져 있다. 오직 소리만 듣는다. 남편이 유튜브 프리미엄을 신청해 핸드폰 화면을 꺼도 소리가 재생되어 나온다. 핸드폰 영상의 노예로 만들고 싶지 않아 라디오처럼 사용하고 있다.



동요 소리가 들리자 리오는 잠에서 깼다. 애써 재웠던 보람이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가 버렸다. 리아는 소리지르기, 동요 듣기, 쿵쾅쾅쾅 뛰어다니며 리오의 잠을 깨운다. 리오가 잠을 잘 때, 리아는 활동하는 시간이다.



잠에서 깬 리오는 밥 달라고 얘기한다. 리오 모유 수유할 때, 리아는 책 가지고와 읽어 달라고 한다. 어떨 때는 공을 가지고 와서 던지며 논다. 공이 데구르 구석진 곳에 들어간다.  리아는 

"고옹." 

이라고 크게 외치며 찾기 시작한다. 공은 수유 의자 밑, 화장대 밑, 후미진 곳에 구석구석 들어간다. 




배부른 리오를 수유쿠션에 눕힌다. 집안일을 할 차례다. 침구 정리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기저귀 쓰레기통을 비운다. 세탁기 돌릴 때 리아가 전원 버튼을 켜고 시작 버튼을 누른다. 리아가 기분이 좋을 때는 빨래를 세탁기에 직접 넣기도 한다. 



리오의 바디슈트



리오가 바디 슈트를 입고 있다 보니 리아가 바지를 잘 안 입으려고 한다. 리아도 기저귀 바람으로 돌아다닌다. 리아가 기저귀만 하고 있어서 오줌 싼 흔적을 빨리 발견한다. 리아 갈아 줄 때, 리오 기저귀 확인 후 같이 갈아준다. 리오를 다시 역류방지 쿠션에 앉혀 놓으려고 하면, 리아는 그 타이밍을 알고 얼른 앉아버린다. 눈치게임이 시작되었다. 내려오라 얘기하지만, 싫다고 고개를 저을 뿐 거기 앉아 있는다. 리아는 리오의 푹신한 역류방지 쿠션을 참 좋아한다. 




일단 웃으면서 한 템포 가다듬는다. 다시 리아에게 리오는 토를 자주 해서 거기에 꼭 앉아야 된다고 설득시킨다. 이 방법마저 통하지 않을 때는 리아에게

"밖에 멍멍이가 있어."

라고 말한다. 리아는 창밖에 멍멍이를 보러 간다. 그 틈에 리오를 역류방지 쿠션에 앉힌다. 전술이 먹혔다.


 

리아는 수시로 

"망"

이라고 말을 한다. 안아달라는 의미를 가진, 리아가 만든 말이다. 리아는 촉감이 예민해 스킨십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은 반대가 되었다. 동생을 안고 있을 때마다 본인도 안아달라고 많이 보챈다. 



14kg를 훌쩍 넘어버린 리아를 안기 힘들다. 속이 꽉 찬 통나무를 들고 극기 훈련받는 느낌이다. 리오를 안고 리아를 업다가 임신 때 느낀 꼬리뼈 통증을 느낀 적이 있었다. 이후 웬만하면 앉거나 혹은 누워서 리아를 안아주고 있다. 



리오가 잠이 들었다. 리아와 함께 점심을 준비한다. 스탠딩 의자에 리아를 세워놓고 같이 요리를 한다. 요리에 관심 많은 리아는 유심히 살펴본다. 리아가 할 만한 것들이 있으면 시키기도 한다. 큰 볼에 있는 재료들을 섞기. 고기에 빵가루 입히기. 조물조물 손으로 잘도 한다.  



스탠딩 의자에 서있는 모습


점심 준비를 마치고 리아 밥을 먹이고 있다. 이때 리오의 사이렌이 울린다. 기저귀이다. 리오는 기저귀 갈아달라고 울고 불고 난리다. 김에 반찬과 밥을 싸서 먹이다 말고 손을 씻고 얼른 리오 기저귀를 갈아준다. 다시 돌아와 손 씻고 리아 밥을 먹인다. 리오는 똥을 쌌다고 또 운다. 리오에게 달려간다. 리아의 예민한 청각에 리오의 울음소리가 귀를 때린다. 갑자기 리아가 "아아아 아악" 하고 비명을 지른다. '나 힘들어요.'라는 신호이다. 



세상의 중심은 “나”에게서 “동생”으로 넘어간 순간 리아는 패잔병이 된 느낌을 겪었다 시선은 자주 동생에게 쏠린다. 리아에게 

"기다려." 

라고 말한다. 섭섭함에 또 비명을 지른다. 이 비명소리에 놀라 리오는 다시 울기 시작한다.   

리오를 안고 리아에게 가서 

"많이 힘들었어?"

라고 다독여 준다. 컨디션 안 좋거나 힘들 때는, 두 아이의 소리가 많이 힘겹다. 내 주변에 비구름이 와서 얼굴에 울음을 적시고 간다. 



리아가 갑자기 밥을 안 먹는다. 화가 나기 시작한다. '잘 먹어야 크는데' '혹시 잘 못 먹어서 아프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선다. 잘 안 먹을 수도 있는데, 받아들이기가 참 어렵다. 오은영 박사님의 말처럼 아이의 감정을 헤아려주고 공감을 해줘야 한다고 하는데 정말 어렵다. 




저녁밥을 할 때 리오를 바운서에 앉혀 놓는다. 리아에게 리오 기저귀에 파란색 선이 보이면 얘기해달라고 했다. 리아는 리오 기저귀에 파란색 선이 보이면 얘기해준다. 리오를 때리거나 막 만지지 않는다. 혼자 조용히 놀고 있다. 리오가 울고 있으면 운다고 얘기하고 "리오 맘마"라고 말해준다. 



리아는 리오를 따라 하기 바쁘다. 리오 따라서 쪽쪽이를 물고 있고, 침을 보글보글 모으고 있다. 리오 기저귀 가는 곳에서 본인도 해달라고 한다. 아기 장난감에 본인이 덜렁 누워하고 있다. 훌쩍 자란 키가 장난감 매트에 삐져나왔다. 리오가 되고 싶은 리아이다. 



이런 리아를 보면서 생각나는 영화 대사가 있다. 아마르 칸의 영화 <지상의 별처럼>에 나오는 대사이다. 니쿰브 선생님은 야산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Only one이니까!”

 리아에게도 말해준다.

“넌 존재만으로도 귀한 아이야.” 



리아는 저녁을 먹고, 혼자 칫솔질을 하고 있다. 아빠 엄마를 따라 하며 열심히 한다. 아빠와 씻고 잘 준비를 한다. 리아는 동생과 하모니를 맞춰가며, 누나로써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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