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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픽스의 빗치 May 02. 2019

어휴 냄새

2019. 3. 18.

퇴근을 하다가 가방에 있던 이어폰을 꺼내려고 회사 입구 계단 위에 잠시 섰는데 거짓말같이 우리 회사 앞으로 그 사람이 지나갔다.

머리카락은 훨씬 더 짧아져 있었고 절대 바르지 않던 헤어젤 같은 것으로 멋을 내어 꾸민 것 같았다.

익숙한 청바지. 익숙한 운동화. 익숙한 걸음걸이. 한 손에 핸드폰과 장갑을 겹쳐 쥐고 씩씩하게 흔드는 팔.

웃음이 새어나왔던 건 그 사람이 지나가고 난 뒤에 이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향수냄새가 엄청 짙게 묻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예전에는 그 사람의 냄새가 너무 좋아서 화장품 매장을 다 돌면서 그 향을 찾으려고 했던 적이 있다. 알고보니 이런 저런 바디로션과 향수 여러 개가 섞여서 만들어낸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냄새였지만.

아마 그 사람은 머리카락을 확 잘라낸 것처럼 몇 년을 고수하던 습관도 바꿔버렸나보다. 다만, 굳이 고개를 들어 확인하게 만드는 그 냄새가 엄청 진하다는 것만 그대로였다.

나는 육성으로 크게 웃으면서 "어휴 냄새" 내뱉은 뒤 그 사람과는 반대로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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