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보다는 소설이 좋다. 시는 큰 마음 먹고 샀다가도 대체 이게 무슨 뜻인지,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어서 심지어 돈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오늘은 유진목 작가의 <식물원>이라는 시집을 샀다. 굉장히 기대하고 산 시집인데, 1, 2편 빼고는 아무 것도,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 차 수리를 맡긴 뒤부터 차 오디오가 라디오 기본으로 맞춰져 있다. 시동을 켜면 바로 라디오가 틀어지는데 대부분의 경우 전원 버튼에 미리 손을 올려뒀다가 소리가 새어나오는 그 순간 꺼버린다. 그런데 어느 날은 내가 아는 옛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그러면 라디오를 끄지 않고 계속 듣는다. 잊고 있던 옛날 최애 노래를 새삼 다시 발견하기도 한다.
▲ 날씨가 더워져서 그런지 화가 쉽게 난다. 출근길, 회사, 미팅, 퇴근길, 주차장. 남 생각을 안 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많아진 건지, 불쾌지수가 높아진 것뿐인지 잠시 고민하다가 그 찰나에 또 화가 나는 일이 생겨서 목소리를 내어 “씨이발”이라고 말해버렸다. 내가 말하고도 너무 상스러워서 깜짝 놀랐다. 깜짝 놀랐더니 잠깐 화가 멈췄다.
▲ 수첩이 좋고, 볼펜이 너무 좋아서 자꾸 뭐라도 쓰고 싶어진다. 볼펜을 들고 이것저것 끼적이다보면 괜스레 일기를 쓰고 싶다. 산산조각 나서 둥둥 떠다니던 생각들을 글자로 붙잡아 본다. 이렇게 박제해 두지 않으면 내일 아침에는 모두 사라져 있을 생각들이다. 괜히 소중해지고, 그렇게 수첩과 볼펜이 더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