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립스틱을 바르는 나를 보고 엄마가 말했다.
“윗입술부터 발라 봐.”
입술 화장을 잘 하는 팁이라도 되나 싶어 왜? 물었더니 엄마는
“그러면 남자 가족이 잘 된대. 아빠든, 남편이든.”
이라고 대답했다.
우리 엄마는 소위 말하는 ‘흉자’가 아니다.
그 시절을 겪어 온 그 세대 여성들만큼이나 성평등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성평등 담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사람이다.
그런데도 엄마는 남자 가족이 잘 된다고 윗입술부터 발라보라고 딸에게 권했다.
아빠가 잘 되는 것도 중요하다. 어쩌면 엄마는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꿋꿋이 아랫입술을 먼저 칠한다.
윗입술이 남자 가족이 잘 되는 비결이라면 반대 입술은 여자 가족이 잘 되는 비결일까 싶어서. 우리 가족 중에 돈 버는 여자 가족은 나뿐이니까.
입술을 바를 때마다 윗입술론이 생각나지만, 그래도 나는 꿋꿋이 아랫입술을 먼저 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