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불안해서 두고는 못 다녀도 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 지갑에는 카드가 총 4장이 있다. 체크카드 3개와 신용카드 1개. 체크카드는 용돈, 생활비, 종합으로 분리해서 쓰지만 신용카드는 예비로 들고 다니지 거의 쓰지 않는다. 3개로 쪼개 놓은 현금을 모두 다 쓰고 난 후 다음 월급 때까지만 신용카드를 꺼내는데, 그때도 찝찝한 마음이 들어 거의 쓰지 않는다.
신용카드를 만들게 된 것도 5년 전 처음 즉흥 여행을 갈 때였다. 돈을 모두 묶어놔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없었는데 심란한 맘에 여행은 꼭 가야겠어서 처음으로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그 뒤로 딱 1장의 신용카드를, 비상상태일 때만 꺼낸다.
늦게 신용카드를 만들게 된 것도, 만들고 나서 거의 쓰지 않는 것도 모두 교육을 그렇게 받은 덕이다. 내가 받은 교육을 한마디로, 과하게 표현하자면 '신용카드는 악이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신용카드는 계좌에서 바로 빠져나가지도 않고 굳이 사용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기 때문에 생각 없이 쓸 수 있다. 나처럼 게으르고 숫자 개념 없는 사람에게는 눈팅이 맞기 딱 좋은 물건이다.
'그럼 신용카드를 아예 들고 다니지 말지 왜 가지고 다녀?'라는 생각에 딱히 할 말은 없다. 나도 항상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 혹시나 하는 맘에서인 것 같다. 계좌조회나 잔액 확인을 잘하지 않으면서도 어느 날 내민 카드에서 '잔액부족'이 뜨는 상황이 두려운 것이다. 잔액조회도 안 하고, 신용카드 사용내역도 조회하기 귀찮아하니 여러모로 게으른 거지. 나는 항상 신용카드 쓸 일이 없길 바라며 항상 들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