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GAang Ma Sep 09. 2019

나의 유일한 사치, 아침 커피 한 사발

너와 함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면 카드빚도 두렵지 않아!

“너한테는 뭘 줘도 항상 다 쓸 때까지 가지고 다녀서 뿌듯해!”


주위에 화장품을 자주 사고 모으는 친구가 있다. 여러 가지 발색, 질감을 비교하고 또 신상 화장품은 꼭 써보는 것 같다. 나의 화장대에는 그 친구가 선물해준 화장품으로 가득 차있다. 친구에게 맞지 않는 화장품을 주기적으로 나눔 하는데 립, 아이라이너, 쉐도우 등 정말 다양한 제품을 나눠준다. 애초에 나눔 할 때 맞는 것들만 가져오는 나는 친구가 준 화장품들을 동이 날 때까지 쓴다. 화장을 잘하지도 않는데 친구 덕분에 잘 사지도 않게 되었다. 립 틴트는 지금 쓰고 있는 것이 거의 유일하게 내가 처음으로 직접 산 제품이다.

그래서 친구는 나에게 화장품을 줄 때면 '뭘 줘도 끝가지 잘 쓴다'라며 뿌듯해한다.(아직도 쓰지 못한 것들이 서랍 속 가득하다.)


이 많은 화장품 중 내가 돈 주고 산 것이 1도 없다. 언제 다 쓰지..?


계절에 상관없이 입술이 마르는 나는 외출할 때 지갑만큼 꼭 챙기는 것이 바로 립밤이다. 없으면 불안할 만큼 필수품인데도 깜빡깜빡거리는 내 정신머리 덕에 나는 주머니마다 립밤을 넣어 다닌다. 겉옷 주머니에 하나, 가방에 하나, 적어도 두 개 이상, 많을 때는 양쪽 주머니에 하나씩 넣어 세 개를 가지고 있을 때도 있다.

그렇게 풍족한 립밤 부자지만 쓰다 말고 버리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항상 립밤을 바닥이 보여 더 이상 발리 지지 않을 때까지 쓴다.(다행히 속까지 긁어서 쓰지는 않는다.) 딱히 절약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끝까지 안쓸 이유도 딱히 없다. 


그렇다. 나는 옷이든, 화장품이든 내 수중에 들어오면 거의 끝까지 쓴다. 무언가를 사거나 갖게 될 때는 그 누구보다 신중하기 때문에 그 험난한 과정을 거친 물건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꼭 사야 하는 물건들은 바로 사지 못하고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고민한다.(잘 담아두지도 않지만) 다음날 다시 들어가서 이게 얼마나 나에게 필요한가, 지금 당장 필요한가, 그 가격 가치를 하는가를 두고두고 고민한다. 이 과정이 너무 피곤하고 심란해서 물건도 잘 안 산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사치하며 돈을 펑펑 쓰는 것이 있다면, 바로 출근 후 마시는 바닐라 라테! 



이건 사실 그냥 '커피'라고 하기에도 죄송할 정도다. 피곤한 아침 출근 도장 찍고 바로 나가 사 먹는 바닐라 라테는 약이나 영양제 같은 효력이 있다. 그래서 나는 아무 계산 없이 아침에 바닐라 라테를 주문한다. 달달하니 카페인이 입안을 돌면서 정신을 깨우는 그 첫 모금은 정말 기분이 황홀할 지경이다. 이 힘으로 피곤하고 고된 정신노동을 이겨내고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거의 수혈하는 기분이랄까? 화장실도 잘 가고, 정신도 맑아지는 것이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직장생활에 필수템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바닐라 라테가 일반 카페에서 매일 구매하려면 부담되는 가격이다. 하지만! 사무실 이전 후 찾은 카페에서는 무려 M 사이즈가 2,500원!! 편의점에서 사 먹는 스타벅스 컵커피랑 가격도 똑같다!!! 저렴하고 용량 가득한 이 카페 덕분에 나는 거의 매일 커피를 사 먹게 되었다.(양심상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쉰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의 지갑 사정과 비교 계산해보면서 나름 괜찮은 소확행이라 믿는다. 가끔 용돈이 떨어져 긴축재정에 들어갈 때에도 유일하게 참지 못하는 소비가 바로 커피다. 


너와 함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면 나는 카드빚도 두렵지 않아!

작가의 이전글 골골거려도 건강합니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