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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교사의 교직문화 적응

by 김갑용

문화 간 접촉에는 여러 가지 심리적, 사회적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외국을 여행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이국 문화 속에 있는 방문객은 제일 쉬운 것도 새로 배워야 하는 유아의 정신 상태에 되돌아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느끼게 되는 무력감과 두려움 나아가 적대감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와 같이 교사의 입장이 되어 학교라는 공간에 새롭게 입문하게 되는 초임교사도 교직 생활 가운데 부딪히게 되는 생소하고 낯선 일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어쩜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초임교사도 지난 수십 년간 학교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학생 문화를 형성했던 주체이었다. 하지만 학생과 교사의 입장은 동일한 학교 공간에서도 일치된 방향보다는 상반된 혹은 대립적 경향으로 비치는 관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라는 사회체제 속에서 오랫동안 교직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교직문화에 대한 이해와 적응이 쉬울 것이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곁에서 보아 왔던 어느 문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동경으로 그려놓은 허상이 실제의 모습을 만나 오히려 실망과 좌절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접했던 힘든 상황은 단순히 적절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무지했다던가, 처음 접하는 경험이었다는 사실 이면에(사회적 조건으로 인해 형성된) 그 경험이 주었던 이질적인 사고방식과 가치, 규범 등 이질적인 문화적 의미를 접했기 때문이다.


바로 내부자가 되어 접했던 상이한 가치(어떤 한 상태보다 다른 상태를 선호하는 포괄적인 경향성)와 규범과의 만남 즉, 교직문화를 접하면서 발생한 문화적 충격(낯선 문화 환경 속에 들어갈 때 겪게 되는 괴로운 상태)이라는 생각이다.

가치(values)는 개인이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바람직한 것, 적당한 것, 나쁜 것에 대한 생각. 서로 다른 가치들이 인간 문화의 핵심적인 편차를 대변한다. 개인들이 가치 있다고 하는 것은 그들이 살고 있는 특정한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이와 같은 문화적 충격은 기존의 문화와 새로운 문화가 접하면서 생기는 문화접변(acculturation) 현상 중에 나타나는 심리적 상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접변(acculturation)은 두 문화 간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나는 문화적응을 말하며, 서로 다른 두 문화체계의 접촉으로 문화요소가 전파되어 새로운 양식의 문화로 변화되는 과정이나 그 결과를 말한다. 서로 다른 문화 전통을 가진 여러 사회가 접촉할 때 일어나는 인공물, 관습, 믿음의 변화과정 및 그 결과를 말한다. 한 문화를 다른 한 문화가 거의 완전히 대처하여 동일 해지는 문화 동화와 다른 사회로부터 문화가 전파되어, 어느 문화 문화접변은 두 개의 문화가 접촉하여 상호 영향관계가 성립하는 것이기에 영향관계는 양방향성을 가지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학교 사회의 교직문화와 초임교사의 문화(혹은 학생문화)가 만나면 새로운 결과가 나타나는데 A와 B가 만나면 C라는 새로운 문화가 될 수도 있고, A가 지배적일 수도 있고, B가 지배적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두 문화의 만남을 통해 그 사회의 문화가 바뀐다는 것이다.

한쪽이 영향을 받는 입장이고 다른 쪽이 주는 관계가 되어 영향관계가 압도적으로 한 방향인 경우가 많다 하겠다. 초임교사가 교직문화와 접하는 모습이 이러한 일방적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반대방향의 변화도 존재한다.


Hofstede(차재호․나은영 역, 2001:299)는 이국 문화 환경에 임시 배치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문화적응 곡선을 제작하였다. 그는 적응의 과정을 “도취→문화충격→문화적응→안정상태”의 4단계로 보았다.

이 그래프는 초임교사가 교직문화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이에 교직문화 적응과정을 문화적응 곡선을 통해 설명해 보겠다.


위 그림에서 [단계 1]은 황홀감의 시기이다. 즉, 새로운 학교와 학급, 아이들을 만나면서 갖게 되는 흥분의 시기이다. 새로운 출발에서 갖게 되는 기대와 희망의 시기인 것이다.


[단계 2]는 문화충격의 시기로서 앞에서 말한 새로운 환경 속에서 실제적인 교직 생활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충격이라고 표현하였지만 당황하는 수준이 더 많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 경험하는 일상적인 생활모습에서 처음이라 무지함에서 오는 당혹감이나 기존에 알고 있던 모습과는 다름에서 오는 실망감 등이 공존할 것이라고 본다.


[단계 3]은 문화적응 단계로서, 새로운 조건 하에서 활동하는 것을 천천히 배워가며 현지의 가치를 얼마간 수용하고,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되어 교직문화에 편입이 될 때 시작된다.


[단계 4]는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마음의 안정 상태이다.


<c>의 경우처럼 교직에 대한 불만과 해의를 갖는다면 입문 이전에 교직 문화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부정적으로 남게 되는 경우이다. 교직에 입문하기 이전에 자신이 추구하던 생활양식과 가치, 규범이 교직문화와 상이하나 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입문 이전의 사고방식을 고수하려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볼 수 있다. 환경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교직 문화에 대한 비판적 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b>의 경우처럼 전과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는데, 그 경우는 나름대로 문화적응을 한 경우이다.

<a>의 경우처럼 전보다 더 좋을 수 도 있다. 이 마지막의 경우는 교직문화에 있어 ‘본토 인화’, 즉 그가 로마인보다도 더 로마인으로 된 경우이다. 교직문화에 완벽하게 적응한 경우일 것이다. 이들은 교직 문화에 대한 전수자가 되어 교직문화에 있어 보수적 세력이 될 수 있다.


위 그래프에서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교사가 교직문화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종적으로 문화에 적응하여 안정 상태로 접어든 경우에 있어서도 각각의 교직문화의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감정의 수준을 보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교직문화의 어는 한 특성에 대해서는 <a>의 경우처럼 더욱 좋게, 교직문화의 다른 특성에 대해서는 <c>의 경우처럼 불만과 해의를 갖게 되는 경우이다. 한 개인의 교직문화과정에서도 교직문화의 특성에 따른 적응 상태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직문화란 무엇인가?

교직문화에 관한 연구들은 문화인류학적 관점과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교직을 이해하려는 접근으로서, 교직에 대한 기존의 실증적 접근과는 달리 이론적 선입견을 배제한 체 교직활동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두고 시도 되어지는 접근이다. 이러한 교직문화에 대한 개념 정의는 학자들마다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로티(Lortie,1974.진동섭 역,1996:4)는 ‘교직에서 발견되는 특징들의 집합체 즉 교사들 간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성향과 감정 및 사고방식들의 특수한 조합’,이인효(1999:848)는 ‘교사집단이 교직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형성 공유하고 있는 교직활동을 이끄는 민속적 원리’ 그리고 황기우(1992:6)는 ‘직업문화의 일종으로서 교사집단에 나타나는 교사 특유의 독특한 행동양식, 규범, 가치관’으로 정의하였다.

이처럼 교직 문화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게 기술되고 있는 것은 교육사회학적 발달과 질적 연구방법의 도입에 힘입어 활발해지고 있는 최근의 연구의 결과로 이정선(2002:107)은 보았다.
그는 이러한 교직문화가 개개 교사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일방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행위를 제약하는 객관적 구조와 교사들의 주관적 요인이 상호 작용한 결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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