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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교사, 고립되다.

초임교사의 독립적 교직문화에 적응하기

by 김갑용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교직문화


발령을 받고 학교에 첫 출근하는 순간, 아무런 준비 없이 자신이 담임하는 학급의 교실에 들어서면서부터 교직이 얼마나 고독한 직업인지 알게 된다. 동료나 관리자도 보이지 않고 오직 학생들과 같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교사들은 자신의 첫 출근 날을 기억할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전 안내도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학급의 교실로 내몰리듯 들어섰던 당시의 당황스러움을 말이다. 최근엔 개학 준비를 위한 기간을 운영하면서 교육과정과 학교, 학급운영에 대한 계획을 하도록 하고 있다. 많이 지적되어 왔던 학교의 문제점 하나가 개선된 것이다.


우리의 초임 시절에 느꼈을 당황스러움은 단순히 교단에 처음 섰기 때문에, 처음이라 잘 알지 못해서 일까?

맞다. 우리의 삶 가운데 처음 하게 되는 모든 일에 있어 낯설고 불안함에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만 이면에 상호불관섭(相互不關涉)의 교직문화가 작동했다고 다.


교사는 육 전문가로서 자신의 소신과 신념에 따라 학급을 단독으로 경영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신규교사에게 '교실이라는 공간 속에 들어선다는 것은 모든 문제를 혼자서 판단하고 해결해야 하는 무한 책임의 광활한 들판에 내밀리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교직이 바로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문화적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초임교사나 경력교사나 똑같은 업무를 스스로 해내야 하며 동일한 책무성을 요구받는다.

초임교사에게 학교 업무(학습지도, 생활지도, 분장사무 등)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점차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초임교사는 가르치면서 동시에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교사들은 대체로 혼자서 일을 처리한다.

자신의 일을 타인과 상의하거나 공동의 문제를 협동하여 해결하는 법이 많지 않다. 교수법에 관련해서는 더욱이 독립적이다. 서로 친한 관계일지라도 상의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Lortie,1975). 이렇게 교수법에 관하여 동료 교사의 조력을 구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도움을 구하는 측이 실패자로 낙인 되는 학교 규범 탓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화적 규범은 교사 간 상호 협력이 불가능하게 한다(Feiman-Nemser&Floden,1986.이정선,2002:118에서 재인용).

이러한 상호 불간섭의 규범은 학습지도나 학급경영에 있어 확실한 절대적 원칙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은 이렇게 하라는 적절한 안내가 곤란하여, 그저 상황에 따라 교사 스스로 판단하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불확실한 업무의 성격 탓도 있어 보인다.


또한,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학교의 생태학적 환경도 한몫을 한 듯하다.

소위 ‘달걀 상자 모양의 세포적 학교 구조’는 교사를 동료로부터 차단하고 자신의 일에 대하여 동료 교사와 만나거나 이야기할 기회를 줄어들게 한다. 이러한 고립적 학교 구조는 교사들에게 자율성을 확보해 줄지 몰라도 모든 문제와 딜레마를 혼자서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해결하도록 하고 지적 자극이나 변화 그리고 학급경영을 위하여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혼자서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한다(Sarason,1982.이정선,2002:118에서 재인용).


학교의 물리적 공간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교실이 갖는 영토성이다. 인간의 영토성(territoriality)은 세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일차적 영토로서 이 곳에서 사람은 주어진 공간에 대하여 개인적 소유감을 느낀다. 자신의 집과 방, 사무실 같은 장소가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이차적 영토로서 이곳의 공간은 그 사람에게 독점적으로 속해있지 않다. 기숙사의 라운지가 한 예이다. 셋째는 공적 영토로서 이는 일시적으로 점유되며 침입에 대항하여 방어되는 곳이다. 피크닉 테이블이나 자신이 줄 서있는 자리, 호텔방, 해변에서 자신이 차지한 지역 등이 그 예이다(이동원․박옥희 공저,2003).


자신의 일차적 영토로 인식되는 교실에 대한 영토성은 공간에 대한 소유감과 주어진 공간을 방어하려는 의지를 포함하는 행동을 낳는다. 이러한 학교의 물리적 구조는 개인주의적 성향을 장려하고 상호 불간섭의 문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한 영토성과 상호 불간섭의 문화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학교장의 교실 순회이다. 학교장의 교내 장학을 위한 교실 순회와 수업 참관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권한이다. 하지만 교직에 불간섭의 문화가 지배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교실에 들어서는 학교장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수업하는 선생님도 다소 불쾌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유있는 교사들의 연대


이렇듯 교직의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문화의 특징은 입문자로서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초임교사에게 가혹하고 처절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요구한다.


최근 이러한 문화에 변화가 있어 보인다. 학교혁신의 커다란 움직임 속에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연대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적극적인 연대 활동은 교사들의 고립을 막고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교직문화에서 교직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해 준다고 본다. 이는 교직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바람직한 변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전문적학습공동체는 교육의 특정 주제에 대한 관심와 목적을 공유하고 동의하는 교원들이 모여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연구자로서 실천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연대 모임이라고 본다. 집단지성의 힘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연대 속에서 교사 상호 간에 의지하고 힘이 되는 관계 형성부터 이미 의미있는 일이다. 이러한 교원들의 연대를 통해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교직문화의 벽을 넘어 교사들이 성장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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