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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적 관계중심의 교직문화

by 김갑용


우리 사회는 전통적인 예절을 중시하며 그 문화의 전수를 학교가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교직에서의 예절에 대한 생각은 다른 직업에서 보다 각별하다. 예절이란 인간 상호 간에 관계하는 법일 것이다. 관계를 중시하는 교직문화의 특징은 학교 업무를 추진하는 학교 안의 공식적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 밖의 비공식적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공식적 관계와 비공식적 관계로 나누어 구체적인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식적․제도적 관계에서


초임교사는 교직에서 개인의 권리란 공동체 전체의 권리 중 자신의 몫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담임과 사무 업무에 충실한 것으로 성공적인 교직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관계를 추구하기보다는 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이 올바른 것이라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기반을 갖고 있는 초임교사에게 있어 선배 교사들의 관계중심적인 문화는 비합리적인 것으로 비추어진다. 무엇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할 학교경영의 제 영역에서도 이러한 불합리한 것으로 여겨지는 모습들을 대할 때마다 실망과 당혹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예로 선배 교사들이 나이가 많다 하여 업무 수행에서 편한 자리를 요구하고 모든 걸 대신해주기를 바란다거나, 능력과는 거리가 있는 교내 인사와 사무 분장을 들 수 있다.

교직은 다른 어떤 조직체보다 선배교사에 대한 각별한 생각과 대우를 요구하는 것 같다. 이는 교직이 전문직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볼 때 많은 모순을 안고 있다. 생각해보면 경력이 많아질수록 전문성은 신장될 것이며, 따라서 그 전문적 식격(識見)으로 보다 어렵고 많은 일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겨지나 교직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교 업무 분장 조직을 할 때에도 후배니까, 젊으니까 식의 업무분장의 기준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이 아닐 것이다. 물론 학교장의 고유 권한인 학교 내 업무분장에 대한 기준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이 나이에 의한 서열이라는 것이다.

관계 중심의 문화가 초임교사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협의와 토론에 참여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사실 교직 사회에서 논쟁은 미미하게 오갈 뿐이다.

자유롭고 활발한 토론이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논쟁이 집단의 화목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오랫동안 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토론 문화가 무엇인지를 배워왔던 신규교사는 정작 그러한 가르침을 주었던 교직에서는 다른 의견은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편 가르기의 도구로 이용되거나 책임지기 싫어 회피하는 것을 보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받게 된다.

이처럼, 동료 간이나 상급자 간의 관계에서 교사들의 의식 사이에 중시되는 것은 갈등의 회피, 인간관계를 깨지 않는 것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교육관의 차이, 교육방식의 차이에 따른 갈등을 드러내기보다 인간적인 친밀함을 우선시하며 동료 사이에 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교장이 학교를 운영하는데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교사들 사이의 ‘인화’이다. 이러한 인간관계 중심은 교사들 사이의 차이를 두드러지게 하기보다 감추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류방란 외,2002:16).

나카네 지에는 인간관계 구조를 아래의 그림과 같이 피라미드 모양의 종적 인간관계 구조와 이에 반하는 개인의 위치가 동등한 원으로 묘사된 원형 모양의 횡적 인간관계로 보았다.

noname01.jpg 인간관계 구조

(일본 사회의 인간관계를 설명하면서 피라미드 구조를 사용하였고, 반면에 서양인의 인간관계는 횡적 인간관계로 설명하였다.)

피라미드 구조는 가입이 비교적 쉽다. 왜냐하면 밑에 있는 한 사람을 통해 그 계파에 속하게 되니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승인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횡적 집단은 전원의 승인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조직에 들어가기가 힘들다. 또 이 집단에서는 피라미드의 종적 집단보다는 안정성이 있어 분열 위험이 적다. 그렇지만 대외적인 집단 행동력은 약해지는데, 그것은 개개인들이 모두 의견을 내고 토론 과정을 거쳐야 하니 자연히 의견의 일치를 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적 집단에서는 일단 우두머리가 결정하면 그대로 하달되어 일이 일사불란하게 추진된다(최준식,2001:95에서 재인용).

초임 교사들은 교직의 인간관계 구조를 피라미드의 종적 구조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가장 높은 권위를 가진 사람이 그 피라미드의 정점에 위치하게 된다. 위에서 아래로 명령의 연쇄가 있어서 조정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학교장이 바뀌면 학교의 분위기가 바뀐다.’는 말은 바로 이러한 강한 위계성을 띠는 학교 조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종적 인간관계 조직에서 바로 이러한 강한 위계성이 나타난다. 초임교사 업무와 관련하여 갖는

어려움의 원인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사적․비공식적 관계에서


초임교사는 학교 업무와 관련된 공식적 관계뿐만 아니라 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비공식적 관계에까지 종적 관계 중심의 교직문화가 확산되어 있다고 본다.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떡값이라는 것을 비롯해 인사로 요구하는 선물 또는 금전에 대한 거부감도 그 한 예이다. 이에 대해 초임교사는 예절을 핑계로 하여 부당한 것을 자꾸 요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윗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나아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교직에서 추구하는 관계는 공식적 관계보다는 개인적이고 비공식적 관계로 친분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친교활동을 전개한다. 예를 들면 직원 여행이나 경조사 참여 등이다. 이러한 행사들은 근무시간 이외에 이루어지는 활동들이어서 개인적인 시간 활용에 익숙한 초임 교사들에겐 불편하고 꺼려지는 모임으로 여겨진다.

초임교사는 종적 관계 중심의 교직문화의 특징으로 인해 자신이 학교의 공식 조직은 물론 학교 밖의 비공식 조직에도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자신이 손해를 볼 수 있으며, 또 보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종적 관계 중심의 교직문화는 공식적․비공식적 관계에서 모두 나타나며, 초임교사들에게 교직문화는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하다는 인상을 남겨준다. 또한 이러한 교직 문화의 특징은 초임교사에게 학교의 모든 문화에 대해 수용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강요하며 수동적인 적응을 하도록 하는 수단이 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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