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에서

by 삶 집착 번뇌

요즘 하루는 콜드콜로 시작해서 인스타 DM으로 끝난다.

그냥 닥치는 대로 사람을 찾아다닌다.

누가 될지도 모르고, 어떤 반응이 올지도 모르지만,

일단 부딪친다.


그렇게 하루를 굴리다 보면

어느 순간, 예전에 내게서 물건을 사갔던 사람을 다시 만나곤 한다.

내가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그 순간,

그게 참 묘하다.

마치 세상이 “계속해봐, 맞는 길이야” 하고 말해주는 것 같다.


누군가는 나를 보며 이제 잘나간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물 위의 백조만 본 사람의 시선이다.

물밑에선 지금도 발이 미친 듯이 움직이고 있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나는 계속 저어야 한다.

멈추면 가라앉으니까. 단순하지만 그게 이유다.


열심히 산다는 건 멋진 말처럼 들리지만,

막상 그 안으로 들어와 보면 온통 버티는 일뿐이다.

냉장고 앞에서 치킨 한 마리 살까 말까 고민하는 밤,

그게 열심의 진짜 얼굴이다.

화려하지도, 영웅적이지도 않다.

그저 꾸역꾸역 하루를 넘기는 사람의 모습일 뿐이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움직인다.

누군가 찾아오길 기다리지 않고,

내가 먼저 찾아 나선다.

그 길 끝에서 다시 마주치는 얼굴들,

그게 내가 이 길을 계속 가는 이유다.


나는 지금도 물속에서 발로 하늘을 밀고 있다.

무모해 보여도 괜찮다.

언젠가 그 발짓이 나를 띄울 테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는 오늘도 물밑에서 저어간다.

하늘을 향해, 내 방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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