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허무함과 부작용

by 삶 집착 번뇌

한동안 공허했다. 마음이 비어 있으니 손끝에서 나오는 문장도,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도 모두 힘이 빠져 있었다. 그때 나는 그저 글을 쓰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고, 일은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있다고 착각했다. 그래서 허세스럽게 글을 쓰고, 일은 대충 처리했다. 마치 모든 게 내 통제 아래 있다고 믿은 채로. 하지만 그 착각의 대가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사업은 숫자로 반응한다. 글은 감정으로 위로할 수 있지만, 돈은 감정을 이해하지 않는다. 나의 느슨함은 바로 적자로 돌아왔다. 잠깐의 여유가 연속적인 실수로 이어지고, 놓친 디테일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그 여파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넘겼던 순간들이 모여 거대한 파도가 되어 나를 덮쳤다.


허무함 속에서 쓰던 글은 결국 나를 지탱하지 못했다. 오히려 현실에서의 피로와 손실이 쌓이자 글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나는 글로써 나를 증명한다’고 믿었지만, 정작 글이 내 삶을 구해주진 않았다. 글은 거울이었다. 내가 공허하면 글도 공허했고, 내가 방심하면 글조차 허세로 번졌다. 그 허세가 현실을 가렸고, 그 사이에서 문제는 조용히 자랐다.


적자를 메우는 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하루에 열 번씩 후회하면서도 수습은 해야 한다. 사람을 다시 세우는 일, 신뢰를 회복하는 일, 모든 게 버겁다. 그동안 ‘잘 나간다’는 착각 속에 있었던 나는, 결국 현실의 무게에 짓눌렸다. 잘 나갈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몸이 그걸 배운 건 이제서야다.


지금 와서 보면, 허무함은 사치였다. 일을 통해 쌓아온 신뢰와 흐름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진다. 공허하다고 해서 쉬어버리면, 그 사이에 세상은 계속 움직인다. 그리고 돌아와 보면 내가 있던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의 자리로 바뀌어 있다. 그걸 목격한 순간, 늦었다는 감각이 온몸을 덮는다.


이제는 다짐한다. 허무함에 빠질 때마다 그 감정을 글로만 해소하지 않겠다. 글은 다짐의 기록이지, 현실을 대신 살아주는 존재가 아니다. 감정의 깊이는 글로 남기되, 행동의 방향은 일로 증명해야 한다. 다시 정신을 붙잡고, 모든 일을 처음처럼 꼼꼼하게 볼 것이다.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를 챙기면서, 숫자로 증명할 것이다.


공허함은 언제든 찾아오지만, 그때마다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지금 이 허무함을 글로 쓰지 말고, 현실을 다시 세워라.” 글은 나를 위로할 수 있지만, 일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이번에 그걸 뼈저리게 배웠다. 이제부터는 글도, 일도, 나 자신도 허세 없이 단단하게 다져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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