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 없는 곳에서 직장 만들기

by 삶 집착 번뇌

많은 사람들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들어가야 인생이 안정된다고 믿는다. 안정된 직장이야말로 삶을 지켜주는 울타리라고 생각하며, 그곳을 향해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나 역시 대기업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개인의 삶을 거의 통째로 바쳐야 유지되는 구조였고, 그 안에서 진짜 여유를 누리는 사람은 오히려 회사원이 아니라 그 가족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기업에서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이동할수록 나의 자존감은 한때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묘하게도 ‘다시 사업을 해야겠다’는 열망은 작게나마 계속 살아 있었다. 사업 실패와 취업을 반복하며 나는 조금씩 사업의 구조를 이해했고, 새로운 회사에 들어갈 때마다 부족한 역량을 채워나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 사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

“작게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어 실력은 기본이고, 온라인으로 현지 물류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공장들과의 꾸준한 신뢰 관계, 수입업체와의 파트너십, 제품군 확장 능력까지 필요하다. 단순히 시스템을 흉내 낸다고 재현되는 사업이 아니고, 하나의 라인이나 공장으로 되는 사업도 아니다.

이런 높은 허들 때문에 시작은 어려웠지만, 덕분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구조가 갖춰졌다.


생각해보면, 나는 기존 직장에 만족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내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내가 ‘원하는 직장’을 직접 만들었다. 내 삶의 리스크를 이해하고 통제하면서 점차 안정감도 찾아왔다.


요즘 30대의 무직률이 높다는 뉴스를 자주 본다. 그 배경에는 ‘좋은 직장’에 대한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직장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과 방향성에 따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미 완성된 안정 속으로 들어가길 원하지만, 누군가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길을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나는 후자의 길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내 삶에 가장 큰 안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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