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사람에 대하여

by 삶 집착 번뇌

신기한 곳, 충청도.

요즘 들어 충청도 사람들이 참 묘하고도 신비롭다고 느낀다. 사업을 하며 각 지역 사람들과 자주 만나게 되다 보니, 나름대로 지역별 성향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경상도 사람: 원하는 것을 직선적으로 말하고, 그 조건만 충족되면 뒤끝이 없다.


전라도 사람: 원하는 걸 다 말하지 않지만, 기대 이상을 채워주면 한없이 정을 준다.


강원도 사람: 큰 걸 바라지 않고, 관계 자체에 정이 많다.


서울·경기 사람: 내 이익과 상대 이익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한다.


충청도 사람: 말이 적고 행동이 느리지만, 그 안에 배려가 담겨 있다.



최근 충청도에서 미팅을 자주 가지면서 느낀 점이 있다. 청주, 아산, 세종, 대전 등을 다니며 놀란 건, 내가 운전 중 휴대폰을 보다가 신호를 놓쳐도 경적을 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또, 끼어들기를 할 때도 깜빡이를 넣지 않고 아주 느리게 들어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모습만 봐도 충청도 사람들의 스타일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업에서는 당황스러운 순간도 있었다. 나와 거래를 할 것처럼 다 이야기하다가 막판에 발주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경우였다. 왜일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아마도 충청도 사람들은 "더 깎아달라"는 말을 직접 하지 못해 발주를 망설였던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배려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결국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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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직장 다닐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내 한 살 어린 선배가 충청도 사람이었는데, 말수가 적고 늘 조용히 웃곤 했다. 가끔은 “에~ 그게 무슨 소리에요?”라고 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건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은근한 경고 신호였다. 경상도식으로 바꾸면, “지금 뭐 하는 겁니까?”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때 부드럽게 넘어가는 말투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불편함의 표현이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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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흥미로운 건, 충청도 사람들의 고백 방식이다.

“요즘 혼자 밥 먹는 게 많아…”,

“나랑 있으면 심심하진 않지?”,

“넌 정말 좋은 사람 같아.”


이런 식으로 여러 번 은근히 던지는 식이라고 한다.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니, 어떤 사람에게는 ‘거절당했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래서 충청도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처음부터 내가 가진 걸 다 보여줘야 할까, 아니면 자주 연락해 마음을 표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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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청도의 느린 템포와 에둘러 표현하는 정서는 특유의 유머와 따뜻한 배려로 이어지곤 한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그 점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다만 여전히 쉽지 않다. 충청도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 어쩌면 오래 두고 보아야만 알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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