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 냉소 공허

by 삶 집착 번뇌

돈도 벌어봤고,

연애도 필요 이상으로 해봤다.

누군가가 나에게 매달려본 적도 있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매달려본 적도 있다.


궁금한 것은 바닥이 보일 때까지 파보며 살아왔다.

그렇게 살아온 결과,

적어도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상위권에 들어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은 많다.

실제로 많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디까지 가고 싶냐”는 물음 대신

“어디까지 가면 무슨 의미가 남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내가 찾고 있는 건 무엇일까.

내가 하려는 건 무엇일까.

서른다섯이 된 지금,

마치 삶의 끝자락에 먼저 도달한 사람처럼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자녀를 낳아

사교육비로 모든 돈을 써버리는 삶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내 성격상

자녀 교육에 대한 책을 모조리 뒤져

결국 아이 스스로 공부 잘하고

열심히 하게 만드는 쪽으로 흘러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나는

350쪽짜리 책을 45분 만에 읽는다.

한 분야를 파서

‘최소한의 권위’에 도달하는 데

보통 10권에서 20권이면 충분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20권, 900분.

15시간이면

지금의 나는 어떤 분야든

최소 권위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식 투자를 시작하기 전

20권의 책을 읽고 시작했고,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도

20권의 사업서를 읽고 시작했다.

신학 관련 글 역시

20권 분량의 텍스트를 읽고 나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작가라는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금 나는

냉소와 허무 사이 어딘가에 서 있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지금의 나는

분명하게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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