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노동

by 삶 집착 번뇌

간만에 현장에서 직접 시공을 했다. 거의 3년 만의 현장이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회사에서 장비를 다루던 때 이후 처음이라,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임했다. 반도체 장비를 만지던 것에 비하면 복싱링 설치는 훨씬 수월할 거라 생각했다. 처음부터 다 풀고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고 각오했기에, 주저 없이 손을 댔다.


작업은 한두 개씩 풀려 나가다가 결국 막혔다. 중국 공장과 문제점을 확인한 뒤, 결국 전부 해체하고 다시 시작해야 했다. 길을 알았다면 2시간이면 끝날 일이었지만, 결국 5시간이나 걸렸다. 온몸은 땀으로 젖었고, 옷에는 소금 자국이 하얗게 배어났다. 손가락에는 쥐가 나 일하면서 풀어가야 했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14년간 꾸준히 운동을 한 나조차 이 정도로 힘들었으니, 꽤나 중노동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힘들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살아있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나는 원래 이런 현장의 땀과 치열함을 그리워하며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현실은 서류만 붙잡는 영업쟁이가 되어 있었다. 현장에서 구르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삶을 꿈꿨지만, 어느새 사무실 속 신선이 되어버린 모습이 못내 아쉬웠다.


오늘의 노동은 값졌다. 큰돈을 받진 못하겠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심리적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돈은 더 가치 있게 쓰고 싶었다. 하루를 온전히 살아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로, 헌금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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