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철학으로 다시 읽다

by 삶 집착 번뇌

문득 성경은 어떤 책인가에 대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는 성경을 이스라엘 역사서의 성격을 띤 구약과 자기계발서의 성격을 띤 신약, 이 두 가지가 합쳐진 책처럼 느낄 때가 있다.

이런 말은 자칫 신성모독으로 들릴 수도 있다. 왜냐하면 성경은 ‘영으로 쓰였다’고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 표현은 하나님의 영감에 의해 기록되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나는 이 추상적인 단어를 어떻게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그때 떠오른 해석이 있다. ‘영으로 쓰였다’를 일반인의 관점에서 풀어보면, **‘후대를 향한 사랑으로 썼다’**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추상이 논리로 변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민수기에는 전투에 도움이 될 것들을 계수하는 구절들이 많이 있다. 정확히 언제의 기록인지는 모르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는 방법을 전하고 싶었던 것인지, 나라를 잃은 슬픔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마음이었던 것인지 두 가지로 받아들여진다.


아가서에는 ‘사랑은 타이밍이다’라는 메시지와 사랑의 방법론, 사랑을 놓치지 않는 태도에 대한 구절들이 많이 적혀 있다. 사복음서에는 하나님과 동행하며 삶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이 담겨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후대를 향한 사랑이 없었다면 전해질 수 있었을까? 사실 대부분의 역사서는 후대를 향한 사랑에서 비롯된 기록이다. 그런 점에서 성경을 ‘영으로 쓴 글’이라 하는 데 손색이 없다. 현재의 경험을 후대에 비추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든 책, 그것이 역사서다.


이처럼 성경은 역사와 사랑이 함께 흐르는 책이다. 그런데 이런 특징은 종교적 텍스트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세상에도 진리를 사랑의 형태로 전하는 책들이 있다.


많은 책에는 진리가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자기계발서를 진리를 잘 드러내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마지막 강의』라는 책을 좋아했었는데, 성경만큼 사랑이 담긴 책이었다. 췌장암으로 죽어가는 아버지가 자녀에게 진리를 전하는 이야기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구절이 있었다면 성경의 한 권으로 들어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기계발서 또한 사랑이 없었다면 쓸 수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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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종종 추상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실제로 추상적이면서도 매우 이성적이다. 성경의 진리들은 현대 사회 속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있고, 적용해도 손색이 없다.


나는 ‘답이 없는 성경’이 재미있다. 구절 하나하나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이 구절이, 또 다른 상황에서는 저 구절이 맞아떨어질 때, 나는 두세 번씩 곱씹으며 생각하게 된다.


이 답이 없는 책, 혹은 답만 있는 책에는 삶이 있고, 후대를 향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성경의 성스러움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성경이 진리를 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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