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타락하지 않았다

by 삶 집착 번뇌

언젠가 심방의 자리에서 명언들을 구역질나게 쏟아내던 타락한 수련목이 있었다.

장인어른이 감리목일 때 돈을 땡겨야 한다느니, 월급 100만 원이 작다느니, 그 외의 말들이 이어졌다.


그중에서 가장 소름 돋는 말이 뭐였을까? 문득 생각해보았다.


> “저는 타락하지 않았습니다.”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 말이었다.

모든 생명과 존엄을 앗아가는 말처럼 느껴졌다.


순결하고 싶다고 다짐하듯 강당 위에 설 준비를 한 그가,

한 점의 얼룩도 창피해야 할 그가,

자기 입으로 “저는 어떠한 얼룩도 묻지 않았습니다.”라는 말로

자기 몸에 침을 뱉었다.


세상에 얼룩이 묻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제아무리 갓난아기라 할지라도, 어미의 산통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 진리일 텐데.


그것을 돌아보고 고치자는 말이 회개 아니었나?

그 말을 다시 곱씹어보니,

“저는 영원히 회개할 일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종종 나도 고독을 참을 수 없을 때 혼자 술을 마시러 가곤 한다.

그냥 현대음악이 틀어져 있는 캐주얼 바에서

‘둠칫둠칫’거리는 음악에 맞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가끔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앉아 있는다.


그럼에도 술을 마시면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미래의 죄책감을

조심스럽게 술잔 위에 올려놓고 마신다.


나는 타락이 이런 것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조금이라도 더 남을 위해 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죽어 신 앞에 섰을 때,

고개를 빳빳이 들고 “나 열심히 잘 살아왔어요.”라고 말할 수 있게,

나의 당당함에 신의 슬픔이 젖어 있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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