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좀 잘나간다.
블로그에는 가르침을 늘어놓고, 스스로 대견해하며 건방 좀 떨고 있었다.
나 스스로를 성찰한다는 글을 쓰면서도, 그 글 자체가 이미 자만의 증거였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글 두 개 정도 쓰고 나서, 한 대표님이 동생을 데리고 회사에 오셨다.
그 대표님은 “형, 이 친구가 형한테 많이 배워야 해요”라며 웃으셨다.
두 분 다 나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 있었다.
“시장 분석은 이렇게 보셔야 합니다.”
“제품의 단가는 단순히 제조 원가로 보는 게 아니고요…”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쌓아온 경험과 습관을 이야기했다.
그분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또다시 ‘내가 꽤 하는 놈이구나’ 싶은 착각 속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되어 냉장고를 열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고등어가 보였다.
‘에이 괜찮겠지’ 하며 김치찌개를 끓였다.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남은 찌개를 인덕션에 올려놓고, 그냥 잠깐, 사무실로 올라왔다.
“20분이면 괜찮겠지.”
그때부터 연락, 견적, 납품 문제들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한 공장에서 제품이 이상하다는 연락이 오고, 다른 곳에서는 단가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뭔가 불안했지만, 늘 그래왔듯이 ‘이 또한 지나가겠지’ 하며 버텼다.
그런데 문득, 몸에 허기가 몰려왔다.
근육량이 많아서 그런가, 단백질이 부족할 때면 몸이 바로 신호를 준다.
집이 사무실에서 20초 거리라, 그냥 잠깐 단백질 보충하러 내려갔다.
문을 여는 순간, 코끝을 찌르는 탄내가 밀려왔다.
“뭐야, 이 냄새…”
주방으로 달려가니 냄비에서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불은 다행히 나지 않았지만, 냄비는 새까맣게 타 있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불이 조금만 더 붙었어도, 모든 게 날아갔을지도 모른다.
내 자산이 대부분 온라인에 있다지만, 현실의 기반이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다.
탄내를 맡으며 멍하니 섰다.
아까 나에게 배우겠다고 찾아왔던 그 대표님이 떠올랐다.
“배울 게 많다”고 말했던 그분 앞에서, 정작 나는 이렇게 기본을 놓치고 있었다.
가르침을 주던 내가, 내 삶을 가르치지 못했다.
결국 사람은 늘 한계가 있다.
잘나가면 오히려 집중이 풀리고, 성공은 자만의 포장지 속에 위기를 숨긴다.
그날 이후로, 나는 다시 고독의 효용을 믿기로 했다.
최소한의 사람만 만나고, 혼자서 고민하고, 불안할 때는 글을 쓴다.
그게 내가 제정신으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냄비는 버려야 했지만, 그날의 탄내는 내 안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아마 이 냄새가 사라질 즈음, 나는 다시 경계심을 잃겠지.
그래도 적어두자 —
“위기인 걸 모르는 것이, 진짜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