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머릿속에 기분 나쁜 거래 대표들의 얼굴이 스쳤다.
할 것처럼 나를 불러 실측을 시켜놓고,
실측이 끝나면 다른 업체와 거래했던 사람들.
대부분 4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아저씨들이었다.
초기 견적을 보고는 혹해 부르고,
비교를 거듭하다가 결국 우리 견적서를 들고
다른 곳에서 더 싸게 맞춘다.
아마 처음부터 우리는 비교용 명단에만 있었을 것이다.
젊고 빠르게 성장하는 내가 그들에게는
질투와 불안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짜증이 밀려온다.
그러나 이내 마음이 식는다.
내가 거래하는 이들은 대부분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이 업계에서 40대 중반이 넘어가면
실력으로도, 체력으로도, 감각으로도 버티기 어렵다.
그들의 얼굴에는 늘 피로가 묻어 있었다.
겉으로는 억세 보이지만,
막상 마주하면 한없이 약하고 궁지에 몰린 얼굴이었다.
그런 얼굴을 보고 있으면
차마 그들을 원망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 나도 40대 중반이 되었을 때
그들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을까.
그 그늘진 얼굴 속에서 내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대한민국의 아버지들,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