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무렵, 발톱무좀이 옮았다.
그렇게 30년 가까이 발톱무좀을 가지고 살았다가, 최근에 드디어 완치가 되었다.
어린 시절에는 무좀약의 간독성이 아이에게 치명적이라 치료를 할 수 없었고,
유년기와 10대는 그대로 흘려보냈다.
20대에는 운동에 미쳐 살았다.
단백질 보충제와 운동으로 인한 간 부담이 커서,
굳이 간을 더 상하게 하며 치료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무시한 채로, 그 상태 그대로 살아갔다.
치료 마지막 한 달은 특히 힘들었다.
약의 독성 때문인지 아무리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았고,
술을 마시면 삼일은 숙취가 이어졌다.
피부도 쉽게 뒤집혀서, 그 독함이 몸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발톱무좀은 20대 후반에는 다른 발톱으로까지 옮겨갔다.
눈에 보이기엔 흉하지만, 그때는 운동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그냥 ‘이 정도쯤이야’ 하며 방치했다.
그 시절엔 발톱무좀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 생각조차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게 되었을 때,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 정도면 치료해도 완치는 어렵습니다.”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내가 열심히 살아온 흔적을 지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흉한 발톱은 어쩌면 내 청춘의 기록이었다.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던 그 처절한 시간의 흔적이
나와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 한구석으로 바랐다.
그 흔적이 조금은 남아 있기를.
훗날 ‘그때는 그랬지’ 하고 돌아볼 수 있는 자국으로 남길 원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너무 깔끔하게 나았다.
너무 말끔히 치유되어 오히려 조금은 아쉬웠다.
요즘의 내 삶도 그 발톱무좀 같다.
겉으로 보기엔 걱정 없는 얼굴, 항상 즐겁고 화려한 모습만 남았다.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처절하게 살아왔는지,
그 뒤에 얼마나 많은 상처가 있었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내 삶의 처절함과 상처들도, 발톱무좀처럼
흔적 없이 깨끗이 사라져버린 것만 같다.
그래서 오늘따라 괜히 조금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