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스레드나 블로그를 보다 보면, 성경을 ‘통독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알고 보면 대부분은 청취, 즉 오디오북 형식으로 들은 경우다. 넓은 의미로는 그것도 독서라 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것이 자랑할 만한 성과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성경을 직접 텍스트로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일종의 고행에 가깝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을 해석하며 한 줄 한 줄을 통과해 나가는 과정은, 마치 돌길을 맨발로 걷는 듯한 체험이다.
나는 평소 1년에 120권 남짓의 책을 읽었지만, 성경 66권을 끝내는 데에는 꼬박 2년이 걸렸다.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중도에 멈출 수도 없었다.
게다가 나는 신앙인이 아니었다. 간절함도 믿음도 없이, 오직 오기와 집착만으로 완독했다.
그리고 마침내 끝까지 읽었을 때, 비로소 어떤 묘한 확신이 찾아왔다.
“이걸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하게 텍스트로 읽은 사람이라면, 웬만한 고통쯤은 두려워하지 않겠구나.”
그건 단순히 종교적 성취가 아니라, 인간이 언어의 벽을 뚫고 나아가며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경험이었다.
청취는 이해의 통로일 뿐이지만, 독서는 그 이해를 자신 안에 새겨 넣는 일이다.
눈으로 읽고 손으로 넘기며, 문장을 고통처럼 통과한 사람만이 사유의 흔적을 남긴다.
성경을 끝까지 ‘들은’ 사람보다, 끝까지 ‘읽은’ 사람에게 남는 것은 그래서 다르다.
그 차이는, 신앙보다도 깊고, 지식보다도 묵직한 어떤 체험의 층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