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노래와 비터스탭

싸인을 연습하면 자연사

by 가배차

영 신통치 않다.

입을 벌려 내장안에 바람을 넣으며 든 생각이다.

하품이 하품을 낳아 지나가는 사람이 볼 새라

황급히 삐져나온 눈물을 닦으며 입맛을 쩝 다셨다.


영 신통하지가 않아.

머리가 근지러워서 벅벅 긁으니

이 또한 시원함에 멈출 수가 없다.

왠지 몸 구석구석이 근지러워지는 것이

한참을 옷 속에 손을 넣어 긁적거리다가

괜히 무안하여 손냄새를 킁 맡고 손을 부비적 턴다.


매일 씻는 데 로션을 발라야 하나.

하지만 기각이다. 끈적거리는 건 싫다.

그리고 자율적으로 샤워한 지도 얼마 안 됐다.

군대에서 곁눈질로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

씻고 나서 몸에 로션을 바르는 분류는

기생오라비처럼 섬세하거나

아토피가 있는 부류밖에 없다.


돈벌고 있다. 학교도 다니고 있다.

상담도 다니고 있다. 병원 다니며 약도 타 먹고 있다.

근데도 영 맘에 들지 않는 것이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듯하다.

머리가 심각하게 가려워진다.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져 마른 코를 연신 훌쩍거린다.

눈앞도 찡해지는 게 귀찮아 죽겠다.


리세마라가 긴급하다.

하지만 로또 한 장 긁어본 적 없는 녀석이

인생을 베팅할 깜냥이 있을 쏘냐.

참지 못하고 차마 긁지는 못하고

머리를 오른손으로 툭툭 친다.


왠지 걸어 다니는 게 부끄럽다.

내 나이 또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인생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난 약관 읽고 싸인한 기억이 없다.

이 참에 멋있는 싸인 하나 연습해 볼까?

피식 웃으며 주먹을 팍 쥔다.

내 사인은 자연사면 좋겠다.

징글징글해도 살아온 게 억울해

죽기 전에 머라도 해보리라.


연신 하품이 나고 눈물을 닦느라 소매가 다 젖었다.

영 볼품없는 모습일 거라 생각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볼륨을 올렸다.

사랑에 관한 가사모를 일본노래-

아 공감할 수 있는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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