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노력

가을의 거인

by 가배차

갑작스레 도는 한기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가을이 온 건가.

아직 한낮에는 에어컨 없이는 땀에 젖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긴 하지만,

드문드문 날씨의 변화를 눈치채곤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듯이 표정이 어두워진다.


지난 1년 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딱히 바로바로 생각나지는 않지만

그것이 내가 게을리 보낸 흔적은 아닐 것이다.

나는 태어나기를 기억을 불러오는 능력이

야무지지 못하여, 이런 상황은 자주 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야겠지.

기분 나쁘지 않은 나만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슬슬 머릿속에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공부를 했었다.

대학교 공부.

그다음은?

민방위를 갔었지. 보드게임카페도 갔었다.

집 계약도 했었군.


스멀스멀 기억이 올라오자 도리어 고개를 저어

뭉텅이를 털어내었다.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니 도리어

어디까지 기억해 내야 감이 잡히지 않을 노릇이었다.


흠...

비척비척 걷는 걸음을 줄이며 생각한다.

난 제대로 나아가고 있을까.

애초에 제대로가 머지.

내가 방향을 알고 있다는 소리인가.

아앗 헛소리로 염병을 떠는 것을 보면

아직은 생각을 꼬리물기 위한 생각 이상으로

먼가 진전이 안된다.


아 내가 거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거인의 어깨 위에 것이 아니라

내 어깨 위에 사람들을 태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애초에 내가 길을 자꾸 잃어버리는데

어떻게 성장한단 말이지


끝도 없는 생각을 멈추듯

나는 박수로 슬레이트 소리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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